최근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2년 연속 챔피언전 우승을 이끈 젊은 명장 김세진 감독의 얘기입니다.감독 데뷔 3년 만에 두 차례 우승을 일군 '김세진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겁니다. "저는 '멤버십'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선수들과 함께 하려고 하고,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항상 들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제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질문에 돌아온 아주 신선한 답변이었습니다.
지난 1994년 남자배구 국가대항전인 '월드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공격상(공격 성공률 1위)'을 차지했고, 1996년 월드리그에서는 '베스트 6'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공격수로 각광받았습니다.
김 감독의 수식어와도 같은 '월드 스타'라는 별명은 그래서 생겼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신생팀 러시앤캐시(현재 OK저축은행)가 파격적으로 당시 39세였던 김세진 감독을 창단 사령탑으로 선임했을 때만 해도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김 감독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김 감독은 2006년 현역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배구와 인연을 이어 갔지만 특정 팀에 속해 코칭스태프로 일한 경력은 없었습니다.
김 감독은 가장 먼저 점프대에 올라 제일 먼저 뛰어내렸습니다. 질책 대신에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털어 내고 자신감을 끌어올려 주기 위한 방법이었고, 본인이 직접 앞장서면서, 믿고 따를 수 있는 형 같은 존재로 선수들에게 다가선 겁니다. 번지점프 이벤트 후 한층 단합한 러시앤캐시는 8연패를 끊어낸 후부터는 다크호스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습니다.
8연패 뒤에는 11승 11패로 정확하게 5할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에 연속으로 챔피언전을 제패하며 '신흥 강호'에서 V-리그 최강팀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시몬이라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큰 역할을 하기는 했어도, 경험을 쌓으며 한층 더 노련해진 김세진 감독의 지략과 특유의 리더십, 아니 '멤버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국 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후배 감독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시한 거죠. 팀의 기둥이었던 시몬을 떠나보내고 새 외국인 선수와 함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김세진 감독이 다음 시즌에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그리고 절친한 선후배이자 배구 코트의 '新 라이벌'로 떠오른 김세진-최태웅 감독의 맞수 대결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