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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vs 스카이넷'…알파고와 영화 속 AI 차이는

'알파고 vs 스카이넷'…알파고와 영화 속 AI 차이는
기계에 맞선 인류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와 인류를 말살하려는 인공지능(AI) '스카이넷'의 대결일까? 구글의 AI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세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맞선 이번 역사적 대국을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과 포개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AI'가 SF 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만큼 이런 연상은 자연스럽지만 실제 알파고는 스카이넷 같은 영화 속 AI와 '닮은 것 같으면서도 안 닮은' 미묘한 존재다.

그 공통점과 차이는 뭘까? 영화 속 AI와 알파고가 가장 닮은 점은 스스로 학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2001)의 주인공인 어린이 로봇 '데이비드'는 가동 후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사람의 관습을 익힌다.

나중에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되고 '나는 누구이고 진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실존적 문제까지 고민한다.

알파고는 데이비드처럼 폭넓고 깊은 주제를 배우는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치지만, 바둑이라는 정해진 작업에 대해서는 자율 학습과 지적 성장을 할 수 있다.

작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과 대국할 당시의 알파고는 승패를 토대로 한 바둑 실력의 지표인 'Elo 레이팅'이 3천 초반대에 불과했다.

Elo 레이팅이 3천500을 넘던 이세돌 9단에 맞설 수준이 전혀 못 됐다.

그러나 이후 5개월 사이 알파고는 홀로 기보를 분석하고 바둑을 두는 강화 학습을 거듭해 이례적 실력 향상을 이뤘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프로 바둑 기사들도 이해 못 할 기발한 수를 대거 선보이며 3연승을 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조차 알파고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를 전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리적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알파고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악역 AI인 스카이넷이나 영화 '그녀'(HER)의 AI '서맨사'와 닮았다.

알파고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해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라 정확히 어느 컴퓨터가 몸통인지 알기가 어렵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구글의 데이터 센터에서 작동한다는 설명 정도만 알려졌다.

심지어 딥마인드 본사의 일부 직원은 알파고가 '아시아 어딘가에 있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카이넷이나 서맨사도 본체가 불명확하다.

스카이넷은 주인공 측이 수차례 중추 컴퓨터 시설을 파괴하지만, 매번 인터넷 등의 경로를 통해 되살아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미래형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서맨사도 단말기 속 음성만 있을 뿐 실제는 서버와 네트워크를 떠도는 유령 같은 존재다.

그러나 차이점도 명확하다.

대다수 영화 속 AI는 자의식과 감정을 갖고 완벽하게 사람 행세를 하는 존재로 나온다.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로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맞는 설정이다.

자기 보호 본능 때문에 대규모 핵전쟁을 일으키는 스카이넷이나, 자신의 기능을 중지시킬 위험성이 있다며 우주선 내 승무원을 몽땅 죽이려는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할'(HAL)이 대표적 예다.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육신이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연기할 여성 대리인까지 고용하는 영화 그녀의 OS 서맨사도 섬뜩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AI는 기술적으로 '강한 AI'로 불린다.

자유의지와 자아의식을 갖춰 제2의 인간이 될 수준에 도달한 기계로, AI 기술 진화의 극단이다.

반면 알파고는 '약한 AI'다.

바둑이나 스마트폰 사용자 보조 등 정해진 작업은 사람처럼 잘 해내도 강한 AI와 달리 자율성, 욕망, 감성은 없다.

알파고는 최정상 바둑 기사의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성장의 기쁨도 느끼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이기는 것만 맹목적으로 고심한다.

지시에 따라 바둑돌을 놓을 뿐, 바둑을 못 두게 한다고 분노나 좌절을 느끼지도 않는다.

인간 같은 자율적 학습 능력과 기계의 수동성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것이다.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알파고 같은 AI를 '분산된 인식'(distributed cognition)이라고도 부른다.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인식 능력 자체가 자동화돼 스마트폰 검색, 운전, 요리 같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AI는 사용자의 지시에 충실한 도구에 불과한 만큼, 사람이 이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천국과 지옥'처럼 갈린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AI 자체의 무서움을 얘기하기보단 AI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쓸 것인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컴퓨터 간 상호작용(HCI)을 전공한 서울대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알파고처럼 실재하는 AI를 잘 반영한 SF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실제 우리 삶에 들어올 AI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역량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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