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외신 "바둑계 활성화 기대감…체스도 AI 패배 후 활력"

외신 "바둑계 활성화 기대감…체스도 AI 패배 후 활력"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최종 승리함에 따라 바둑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 '인간의 패배'를 계기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인간과 기계의 역사적인 결전이 바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기의 대결'에 따른 바둑계의 변화를 전망했습니다.

세계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의 패배로 바둑계에는 일단 4천 년 역사의 바둑이 슈퍼 인공지능에 끝내 무너졌다는 허탈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직관력과 복잡성 때문에 컴퓨터가 바둑 세계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물리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격과 좌절감 가운데서도 바둑 활성화를 위한 싹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대국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전례없이 후끈 달아오른 점은 바둑계에 큰 호재입니다.

세계 유수의 언론 기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어 연일 조그만 반상에 집중하며 관심 있게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둑 전문가인 크리스 갈락은 이번 대국이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바둑이 이런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웹사이트 '바둑 게임 스승'의 에디터인 데이비드 오머로드는 최근 며칠 사이 사이트 방문자가 평소보다 20배 이상 늘었다며 "마치 사람이 달착륙을 시도하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게임 세계의 '마지막 보루' 바둑이 무너지면서 바둑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잡지 더 뉴요커는 인공지능이 체스 세계 챔피언을 능가했을 때와 비교하면서 바둑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승부에서 승리했습니다.

카스파로프는 슈퍼컴과의 게임에서 패한 후 믿을 수 없는 결과에 격분한 듯 판을 뒤엎어 그가 받은 충격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후 딥 블루와 그를 계승한 체스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체스계를 망가뜨리기는 커녕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뉴요커는 설명했습니다.

딥 블루와 대결을 계기로 체스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져 부흥기를 맞았습니다.

또 컴퓨터와 대결을 벌이면서 체스 선수들의 실력도 점점 좋아져 노르웨이 출신 챔피언 망누스 칼센(26)과 같은 슈퍼스타도 탄생했습니다.

미국바둑협회 온라인 회보는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경기에 앞서 지난달 기사에서 체스계가 이제 어느 때보다도 저변이 확장됐다며 "체스계가 컴퓨터에 몰린 바둑계에 대해 침착하라고 조언한다"고 썼습니다.

체스 사례를 봤을 때 바둑의 미래도 우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바둑은 자기 수양 게임으로 문화 속에 자리매김했고 단순히 인간끼리 대결로도 매력적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충암바둑도장의 유일한 미국 학생인 벤 록하트는 "돌고래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보다 빠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펠프스가 얼마나 빨리 헤엄치는지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요커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이 알파고와 대결에서 완패한 후 좌절감에 빠졌지만, 역경을 딛고 지난달 열린 유럽 바둑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쥔 사례를 소개하며 바둑의 미래를 암시했습니다.

판후이는 시상대에서 승리감에 취해 허리를 뒤로 젖히고 포효했습니다.

바둑계에서 보통 금기시되는 행동이었지만,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고 뉴요커는 전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