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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이 로봇파괴 운동하라···알파고 플러그 뽑으면 이겨"

"인간보다 나은 기계" vs "아직 인간 못 따라와"<BR>인공지능 승리에 우려 제기…전문가들 "인간 수준 이르려면 멀어"

"기사들이 로봇파괴 운동하라···알파고 플러그 뽑으면 이겨"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9일 바둑 세계 최고수 이세돌 9단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자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사고와 판단'이라는 인간 최후 보루마저 기계에게 눌린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dystopia)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파고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특정 목적에 따라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본다.

인간 활동의 변화무쌍함을 온전히 구현하는 수준에는 쉽게 이르지 못하리라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예측이다.

◇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인간보다 나은 기계' 공포감 등장

전날 알파고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공간에는 기계 발달에 따른 인간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왔다.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으로 방직·방적기 등 각종 기계가 등장하자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영국 섬유노동자들이 벌인 기계 파괴 운동이다.

"이제 프로 바둑기사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유머 섞인 말부터 "인공지능과 로봇이 보편화한 사회가 도래하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분노해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구체적 우려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패배 충격을 우스개로 승화시켜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알파고 전원 플러그를 뽑으면 인류가 이길 수 있다", "친구들과 PC방에 모여 이세돌의 복수를 위해 게임을 할 것" 등 해학적 의견도 있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덕, 선악 등 규범이 배제되고 '이윤을 남기느냐'가 유일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며 "'나는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공포감에 기계에 대한 공포가 더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 "특정 목적하에 운용되는 인공지능, 인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 발달 속도가 생각보다 빠름이 드러났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정도를 두고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충선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한국정보과학회 회장)는 "인간의 중요 특성 중 하나인 직관, 즉 순간 판단능력이 인공지능에서 많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인공지능은 특정 목적 아래 운용된다는 한계가 있어 인간 수준에 이르려면 멀었다"며 "물론 애초에 악의적 목적을 설정하면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원자력 등 어떤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종태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도록 설계한 이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알고리즘을 만들었으니 학습 절차가 잘 정리될 수 있다"면서도 "인간의 의사결정이나 사회활동 등은 게임처럼 규칙이 잘 갖춰질 수 없고, 변화와 다양성이 커 아직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았다고 보기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기계가 지능을 갖추더라도 이를 '처리'하는 활동은 특정한 목표의식이나 감성을 갖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기계가 어떤 의도를 띠고 사람을 이끄는 일 등은 적어도 지금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수학적 영역, 계산이 필요한 단순·반복적 활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도덕이나 철학적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서 추론 등은 순수하게 인간만의 영역이어서 기계가 당분간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에는 기계가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인식을 넘어 동등한 상호작용 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갑 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기계를 만들었지만 그 기계가 인간보다 능력이 나을 수 있고, 때로는 기계로 말미암아 인간이 변화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공(共)진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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