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바둑 남은 대국 관건은 이세돌의 '평정심'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첫판에서 누른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기량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이 9단이 반전을 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적과 상대하는 것과 같았다면 이제는 알파고의 특성을 파악한 만큼 이 9단이 평정심만 유지한다면 제2국부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대국의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은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을 꺾은 그때보다 기량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이 4단은 "딥마인드가 온라인에서 한국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어제(9일) 경기만 보면 알파고는 최정상급"이라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9단의 패배가 실력보다는 알파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국에 임했고, 이에 따라 알파고의 예상을 벗어나는 승부수에 평정심이 무너진 것이 충격적인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프로바둑 기사(6단) 겸 모바일 바둑 게임 개발자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첫판이 항상 위험한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아쉬운 부분은 이 9단이 알파고의 전략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1국까지는 이 9단의 패만 공개된 상황에서 대국이 진행됐다면 제2국부터는 이 9단이 알파고의 특징을 분석한 상태에서 돌을 놓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김 대표는 "제1국에서 알파고의 특징을 파악했을 테니까 제2국부터는 이세돌이 반격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제2~3국에서 진다고 하면 힘들겠지만, 이 9단이 어제(9일) 대국을 잘 분석해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9단이 초반에 불의의 역습을 당해 밀렸다."면서"자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보다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세돌 9단 역시 알파고와의 5번기 중 첫판을 내줬지만 "져서 충격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즐겁게 뒀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 9단은 이어 "앞으로 바둑도 기대된다"며 "어제 졌지만, 오늘은 자신 있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