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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기계가 인간 꺾다니"…시민들 '충격'

"세계 최강을 기계가 꺾다니…."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역사적 바둑 대결이 열린 9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 모인 바둑 애호가들은 세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이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던지자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대국 시작 전 이들은 한목소리로 '인간의 승리'를 점치며 이세돌을 응원했다.

바둑 애호가 한태준(35)씨는 "인공지능은 결국 통계를 기반으로 수를 두지만 인간은 사고와 판단을 한다"며 "이세돌은 인간과 대결할 때도 열세에 몰렸다가 냉정하게 역전하곤 했으니 심리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국이 시작되자 이런 분위기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이세돌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뜻밖에 수준 높은 수를 던져 승부가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초반 6수에서 변칙을 구사할 때만 해도 시민들은 "역시 이세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알파고가 흔들리지 않고 큰 실수 없이 대응하자 대국을 지켜보던 시민들과 해설진의 표정은 굳어졌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꺼리는 '빈 삼각'을 무릅쓰고 하변을 장악하며 선수를 치자 현장 해설진은 "인간만 둘 수 있다고 생각했던 승부수"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바둑 팬들도 입을 벌린 채 알파고의 실력에 감탄했다.

네이버가 제공한 대국 생중계 창의 댓글란에도 "이세돌이 변칙으로 툭툭 건드리는데 알파고가 잘 대처하고 있다", "알파고가 무서운 것은 심리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수가 없다는 것" 등 긴장 섞인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중반 들어 이세돌이 유리한 형세를 만들자 안도하던 시민들은 알파고가 우편 흑집에 침투한 '승부수'로 일거에 전세를 역전하자 침묵에 휩싸였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말이 나오고 이내 이세돌의 패배가 확정되자 기원에 모인 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술렁거렸다.

허탈한 듯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국기원에서 대국을 지켜본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최명훈 9단은 "승부수였던 102수는 우리 프로 기사들도 생각 못한 수였다"고 평했다.

최 9단은 그러나 "상당한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아직 이 9단 실력에 못 미치는 것 같고, 이 9단이 2국부터 알파고를 일반 프로 기사로 여기고 대국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 바둑학원'에서도 프로 바둑기사의 꿈을 키우는 '바둑 꿈나무' 50여명이 대국 시작부터 삼삼오오 모여 검토와 토론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대국을 지켜봤다.

이들은 대국 중반까지도 자신들의 사범인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바둑이 종반으로 접어들수록 이세돌의 형세가 불리해지고, 마침내 충격적인 불계패를 당하자 한동안 침통한 분위기 속에 침묵이 흘렀다.

바둑을 좋아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도 각자 틈틈이 인터넷 생중계 등을 통해 인간과 기계 '고수'들이 펼치는 세기의 대결을 지켜봤다.

알파고를 제작한 구글을 비롯해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매체가 대국을 생중계했다.

한양대 바둑 동아리 '한양기우회' 회원 정민태(26)씨는 "수업 때문에 대국을 직접 보러 가지 못해 아쉽지만 공강 시간에 친구들과 동아리방에서 함께 대국을 봤다"며 "이번 기회에 10∼20대도 바둑에 더 관심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기우회는 최근 신입생 모집 기간을 맞아 교내에 차린 홍보 부스에 노트북 PC를 설치하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생중계해 관심을 끌었다.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는 대국을 관전하며 인공지능과 관련한 전문가 강의를 듣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콘서트'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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