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더치 커피엔 카페인이 없다?

‘더치커피에 대해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자바 섬에서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마시는 커피. 커피 가루에 물을 붓고 오랜 시간 천천히 우려낸다.> 다른 백과사전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래에 대해서는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커피를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장기간의 항해 도중에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고안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도 하고, 인도네시아에 살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산 커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하여 고안한 방법이라고도 하지만 정설은 없다.>

네덜란드를 뜻하는 더치(Dutch)에서 따온 커피인 건 확실해 보이지만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튼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로 짧은 시간 내 추출하는 일반 커피와 달리 찬물, 정확히는 상온의 물로 오랜 시간(3~24시간) 만드는 방식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유리병 속 커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이 더치커피 일겁니다.

차가운 상태로 많이 마시는 더치커피는 일반 커피에 비해 향이 좋고 쓴맛이 덜해 부드러운 게 특징입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래 마실 수도 있죠. 또 찬물을 쓰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쓰는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더치커피에 대해 <카페인이 적고, 물을 머금어서 한방울씩 추출되므로 와인처럼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한 인터넷 용어사전도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이 말이 사실인지 조사해 봤습니다. 전문점에서 파는 3종을 포함해 시중에 음료형태로 나와있는 30개 더치커피 제품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전 제품의 평균 카페인 함량(1.7㎎/㎖)은 일반 커피 매장 아메리카노(0.4㎎/㎖)의 4배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4배 이상'이라는 이 조사 결과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더치카페는 원액 상태로,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상태로 조사한 것이니까요.  소비자원은 다음과 같은 방식의 표현을 더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아메리카노 1잔(350㎖ 기준)에 카페인이 평균 140㎎이 포함되어 있지만 더치커피 원액을 물과 3:1의 비율로 희석하여 마실 경우(희석액 350㎖ 기준) 카페인이 평균 149㎎으로 아메리카노 1잔보다 많음> 하지만 이 표현도 딱 맞아 떨어지진 않습니다. 물을 얼마냐 섞느냐가 제품별로 또 사람 취향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비자원의 지적대로 카페인 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건 문젭니다. 현재 카페인이 100㎖ 당 15㎎ 이상 함유된 고카페인 음료는 반드시 정면에 '고카페인' 표시와 총 카페인 함량을 적어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사대상 30종 가운데 22개 제품이 제대로 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정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런 겁니다.
- 더치커피도 고카페인 음료다
- 일반 커피와 비교해 카페인이 적다 많다 말하기엔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 하지만 카페인이 없거나 아주 적은 것도 아니다.
- 그러니 마실 때 주의하고 제조사들은 제대로 표시해야 한다

또 이번 소비자원 조사에선 일부 제품의 위생상태도 문제가 됐습니다. 3개 제품, 그러니까 조사대상의 10% 제품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습니다. 심지어 1개 제품에선 허용 기준치의 9,900배 세균이 검출됐고, 다른 1개 제품에선 대장균군이 검출됐습니다. 세균이나 대장균군이 나왔다는 것은 오염이 됐다는 뜻이고 대장균 종류에 따라선 복통, 설사, 장염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찬물에서 장시간 만들고 살균과정도 없다보니까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고 소비자원은 말합니다.

요즘에는 휴대용, 또는 가정용 더치커피 용기를 쓰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물과 커피가루, 용기, 그리고 커피를 만드는 사람 손, 이 어느 것이라도 오염돼 있다면 더치커피 제조 특성상 세균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냉장고에서 숙성과정을 거치면 세균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죠. 원래 찬 음식은 더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더치커피 만들어 드시더라도 항상 청결히 하지 않으면, 배앓이하기 쉽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