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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도발에 美 전략 무기만 바라보는 南

[취재파일] 北 도발에 美 전략 무기만 바라보는 南
지난 해 8월 남북의 군대는 서로에게 총포를 겨누고 팽팽하게 대치했습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섰고, 북한은 포격으로 대답했습니다. 8월 23일 국방부가 “북한 잠수함 50 여척이 사라졌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대치 국면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 때 국방부가 내놓은 카드가 미군의 전략무기 전개입니다. 전략 폭격기 B-52와 항공모함 전단, 핵 잠수함, F-22 랩터 등 미군의 전략 자산 중에 무엇이 언제 오느냐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올해 1월 6일 4차 핵 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이어진 북한의 대형 도발에도 똑같은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B-52와 핵 잠수함 노스 캐롤라이나는 벌써 다녀갔고, 지금은 F-22 랩터가 와 있습니다.

스텔스 폭격기 B-2와 새로 미 태평양 함대에 배치된 스테니스 항공모함 전단도 다음 달 한미 연합훈련 참가를 예약해 뒀습니다. 미국 본토 해병대도 달려오고 있습니다. 고고도 요격 시스템 사드(THAAD)도 사실상 한국 초대권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역시 든든한 우방입니다. 그런데 종전(終戰) 60년이 훨씬 지난 2015년, 2016년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미군만 바라보는 현실이 초라합니다. 대북 압박 수단을 한꺼번에 모조리 쏟아 붓고 밑천 떨어지면 무슨 수로 북한을 겁박할지도 걱정입니다.
● 우리만의 무력시위는 없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6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을 방문해 사거리 500km 현무 탄도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를 참관했습니다. 북한의 스커드, 노동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차량을 선제 타격할 킬 체인(Kill Chain)의 ‘대표 펀치’입니다.

이런 카드는 아껴뒀다 북한 4차 핵 실험, 광명성호 발사 때 내놓았으면 어땠을까요.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 실험을 하자 군은 사흘 뒤 사거리 1,500km '현무' 순항 미사일과 '해성' 함대지 순항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한반도 어느 곳에서나 북한 지휘부의 사무실 창문을 골라 타격할 수 있다”며 김정은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지금 시점에 우리 군이 펼쳐보일 수 있는 대북 압박 카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시험 발사 안하고 아껴두고 있는 사거리 800km 현무 탄도 미사일을 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해군 최대 함정 독도급 2번함을 획기적인 경항모(航母)로 건조한다는 계획도 환영할 만합니다. 그런데 지금 타이밍에는 이런 카드들도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전개, 시위, 차단, 실전…군사전략의 기본이 무너지다

주변국이 말썽을 부릴 때 몽둥이를 드는 데도 군사전략상 순서가 있습니다. 전개, 시위, 차단, 실전 순입니다. 강력한 무기를 전개해서 상대의 반응을 본 뒤 꿈쩍안하면 무력시위를 하고, 그래도 무응답이면 군사적 경제적 차단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전개, 시위, 차단에 실패하면 다음은 실전, 즉 전쟁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군 전략무기들을 전개했고, 한미 연합 무력시위도 벌이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대표되는 차단책도 실시했습니다. 북한은 항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만 해도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자 북한은 걸어 나와 대화 테이블에 앉았는데 이번엔 미동도 없습니다.

밑천을 다 썼습니다. 그럼 다시 전개, 시위, 차단을 반복해야 할까요? 북한의 비웃음만 살 뿐입니다. 그럼 전쟁입니까?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는데도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는데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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