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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우 손지창이 CES에 간 이유는?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본 MICE 산업의 미래

[취재파일] 배우 손지창이 CES에 간 이유는?
올해 CES에서 기아자동차는 국내 차 업체 중 처음으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CES는 세계가전박람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제 박람회 안에서 자동차 산업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스마트카 등 자동차 내의 '전자부품' 비중이 커지면서 생긴 일입니다. 기아차 역시 무인전기차를 새로 선보이면서 기자들에게 대형 홀을 빌려 프레스 컨퍼런스를 연 것입니다.

기아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입구에서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사람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어 누구지?'...'아! 배우 손지창 씨구나.' 근데 왜 여기 있는 걸까? 손지창 씨를 알아본 한국 기자들은 서로 궁금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알고 보니 손지창 씨는 이곳에서 한 마이스(MICE) 업체 미국 지사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가수이자 배우로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접고 2000년부터 행사 전문기업에서 주목 받는 인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날 기아차 프레스컨퍼런스 행사를 손지창씨 회사가 맡아서 진행을 했던 거죠.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이벤트(Exhibition & Event)를 의미하는데 학회나 박람회, 각종 전시와 공연 등을 포괄하는 미래 성장성이 밝은 산업입니다.

CES를 취재하면서 참가 기업들의 제품들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엄청난 MICE 산업 규모입니다. 단순히 땅이 넓어서 행사장 규모가 큰 것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150개국에서 3600개가 넘는 기업, 무려 17만명이 이 행사와 관련돼 나흘간 집중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큰 규모의 행사를 별 무리 없이 진행하는 축적된 노하우가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중된 테러 위협 속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에는 올해로 50회째를 맞는 CES 주최측의 숙련된 경험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CES가 열리는 행사장 크기는 축구장 30개 정도, 22만 제곱미터(약 6만6천평). 3.3제곱미터, 1평짜리 부스를 빌려서 자신의 기업 제품을 전시하는데 드는 비용이 천만 원 정도라고 하니, 전체 수익이 어느 정도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삼성과 LG가 각각 200~300억 원의 돈을 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CES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합니다. 이외 관련해서 라스베이거스에 창출되는 일자리, 음식 숙박업, 관광업의 파급효과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관광층은 공식적으로 CES로부터 시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2억1천만 달러(2300억 원) 정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관련된 파급효과를 포함하면 1조  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정도 규모의 행사가 가능한 것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MICE산업 인프라 때문입니다. 17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도 호텔 객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 카지노와 공연 등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는 점, 대형 컨퍼런스가 동시에 열려도 모자람이 없는 공간과 시설들이 그것입니다.
스마트홈 CES IT IoT
매년 CES가 열리는 1월엔 라스베이거스 호텔은 그야말로 대목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방값도 평소보다 높은데 모두 예약이 끝나고,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특성상 엔터테인먼트 시설처럼 어디에나 카지노를 볼 수 있는데, 관련 수입도 크게 늘어납니다. 특히 국제회의나 전시회에 온 참가자들의 지출액이 일반 관광객의 2~3배에 달한다고 하는데요-회사 비용으로 정산하는 출장 목적이어서도 그렇고, 여러 군데를 관광하러 돌아다니기보다 라스베가스에 머물면서 지출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연히 수익도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CES와 같은 MICE산업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 자체의 경쟁력을 바꿔놨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라스베이거스시에 등록된 해외 민간기업은 2007년 3만9300여개에서 지난해 5만4000개를 넘어섰다. 유입되는 이민인구도 크게 늘어 같은 기간 라스베이거스 인구도 60만3000여명에서 18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박람회는 CES 외에도 독일의 IFA(가전), 스페인의 MWC(IT 통신)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두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 외에 주변에 타 산업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매우 큰 '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IFA뿐 아니라 하노버산업박람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유명 전시회를 많이 개최하는 독일도 MICE산업을 집중 육성해 전체의 약 6%에 달하는 23만개의 일자리를 MICE 산업에서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MICE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인 MICE 산업의 육성을 국정과제로 지정하고, ‘제3차(2014~2018) 국제회의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등,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지자체, 업계, 학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MICE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도 의미가 있고, APEC이나 핵안보정상회의 등에서 보듯 국제대회를 개최하면서 우리나라로 몰려드는 외국 주요 인사들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와 영향력 확대도 중요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MICE 시장은 지난 2012년 기준 1조 612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2017년에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걸로 전망되는 것에서 보듯, 향후 성장성이 큰 산업인데다 우리나라가 강점인 인적자원의 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회의 개최는 상당히 늘었습니다. 세계 국제회의 개최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벨기에, 싱가포르에 이어 4위입니다. 매년 세계 국제회의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국제협회연합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은 총 636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세계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2012년 5위(563건), 2013년 3위(635건)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5위권 내 수준을 달성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함으로써 국제회의 주요 개최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제 수치적인 늘리는 것 외에 질적인 측면, 컨텐츠를 더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또 단순 행사위주의 MICE에서 타 산업과의 연계성을 넓히는 쪽으로 산업육성의 방향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MICE 산업은 주로 전시, 회의, 컨퍼런스 등 다소 단순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MICE 시설규모 자체가 늘어나고 있고, 주변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해 관광산업과 연계시키는 등 부가가치를 더 늘리려는데 초점을 맞추는 추셉니다. 위에 예를 든 라스베이거스 뿐 아니라 싱가포르, 마카오 등이 모두 컨벤션 산업과 쇼핑, 테마파크, 카지노 등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 도시들입니다.

MICE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스스로를 3D 업종이라고 말합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맞추랴, 참석자들의 편의도 중시하랴,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신경 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다, 무엇보다 아무리 리허설을 잘해도 행사 자체의 성공 여부는 긴장 속에 지켜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마치고 행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현장을 보는 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MICE산업이 단순한 행사 대행이 아니라 그 행사 자체에 부가가치를 높이고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생산적 활동임을 CES에서 한번 더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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