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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핵 정보 실패' 국정원, 자존심도 버렸다

[취재파일] '북핵 정보 실패' 국정원, 자존심도 버렸다
완패였습니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하는지, 원자탄 실험을 하는지 국가정보원은 눈을 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보 실패입니다. 국정원의 제 1의 존재 이유가 대북 정보 활동인데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참담한 것은 국정원이 실력이 없을 뿐 아니라 부끄럼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도 북한 핵실험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입니다. 북한이 어제 낮 12시 30분 중대발표를 할 때까지 우왕좌왕했던 국가정보원이 내놓은 일성(一聲)입니다.

핵 실험은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아닌 우리의 앞 마당 북한에서 벌어졌습니다. 국정원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들여다 본다는 북한의 핵 실험을 놓쳤는데 남의 나라 정보기관과 견주다니요. 외국 정보기관이 못한 것을 우리 정보기관도 못했다는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 치졸한 변명으로 상황 모면

국정원은 어제(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4차 핵 실험 징후를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서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보고는 국정원 고위직이 했을텐데 이런 발언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했는지 의문입니다.

정보기관들은 크게 2가지 정보 수단을 운영합니다. 현지에 심어놓은 간첩 또는 첩보원을 통해 획득하는 인적 정보인 휴민트(HUMINT)와 인공위성, 정찰기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얻어내는 전자 정보인 시진트(SIGINT)입니다.

시진트는 분명히 미국 정보기관이 절대 우위입니다. 하지만 대북 휴민트는 국정원이 미국보다 강해야 마땅합니다. 시진트로 북한의 핵 활동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휴민트로 잡아냈어야 했습니다. 이번엔 휴민트도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북한처럼 폐쇄적인 집단을 상대로 한 정보 활동에서는 시진트보다 휴민트가 더 효과적입니다. 국정원은 미국보다 강력한 정보 획득 수단을 가졌으면서도 “미국도 못했으니 우리의 과오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밑천만 드러내고…

북한의 핵 실험 준비를 까맣게 몰랐던 국정원은 국회에 “북한이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사전 준비했다”, “3차 핵 실험이 끝난 2013년부터 이번 핵 실험을 준비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런 유치한 정보보고나 하라고 규모도 짐작키 어려운 예산을 퍼주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정보 실패를 겪은 군 정보기관은 그나마 염치는 있습니다. 국방부 정보본부 측은 어제 국방부 기자단에게 북한 핵 실험 상황을 설명하면서 “왜 놓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 숙인 채 대답을 못했습니다. 국정원 식이라면 “국정원도 몰랐다”고 변명하면 될텐데 최소한 반성하는 빛이라도 보였습니다.

국정원은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면서 가공할 권력을 휘두르는 기관입니다. 양껏 예산 받아 쓰면서도 감시 받지 않고 댓글 투쟁을 해도 별 탈이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정치 공작은 용을 쓰고 하면서 하라는 임무는 실패하고도 떳떳합니다. 영화 ‘베테랑’의 유명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잠시 빌리자면, 국정원은 돈만 있고 가오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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