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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원자력 잠수함 건조하나, 안 하나 '혼란'…진실은?

[취재파일] 원자력 잠수함 건조하나, 안 하나 '혼란'…진실은?
요 며칠 원자력 잠수함 건조 여부를 놓고 국방부 발(發) 기사가 많았습니다. 그제(4일) SBS 8뉴스에서 우리 군이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원자력 잠수함’ 첫발 뗐다>, <한달 간 잠수 가능…수적 열세 돌파구> 리포트를 내보낸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 해당 뉴스 보러가기 ▶ 원자력 잠수함, 전력 열세 돌파구…미국이 변수▶ 軍 숙원사업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첫발 뗐다)


어제(5일)는 여러 다른 매체들이 “3,000톤급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 없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인용해 “3,000톤급 1번함과 2번함을 디젤 추진방식으로 건조하고 있고 다른 사안은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여러 기사의 요지입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SBS 보도와 다른 매체의 보도는 사실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3,000톤급 배치(Batch)-1, 그러니까 1~3번함은 디젤 추진 방식입니다. 배치-2와 배치-3의 6척은 어떤 동력 추진 체계로 지을 건지는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이 배치-2와 배치-3의 동력 체계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원자력 잠수함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을 뿐입니다. 어제 국방부 정례 브리핑과 군 관계자들의 언급을 살펴보면 그 윤곽이 드러납니다.
해군 209급 잠수함
● 국방부 정례 브리핑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어제 국방부 정례 브리핑 때 기자들과 군 당국자들의 문답입니다.

- “장보고-Ⅲ 사업과 차세대 잠수함 사업단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 “차세대 잠수함 사업단 직제 신설 맞습니다. 장보고-Ⅲ 사업관리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장보고-Ⅲ 사업은 2012년 12월에 대우조선해양과 상세설계, 함 건조 계약을 맺고 현재 1, 2번함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사안은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비밀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언급되기 때문에 말씀에 제한이 있습니다.”

- “원자력 잠수함 개발과 장보고-Ⅲ 사업이 관련 있나요?”
= “장보고-Ⅲ 1, 2번함은 계약 체결돼서 개발 진행중입니다. 그 외 사안은 전혀 확인된 바 없고 확정된 바 없습니다.”

-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습니까?”
= “전혀 그런 계획 없고, 진행 중인 사안도 없습니다.”

종합하면 배치-1의 1, 2, 3번함 가운데 1, 2번함은 원자력 추진이 아니라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되고 있는 것이고 배치-2와 배치-3는 확정된 바 없다는 것입니다. 배치-2부터는 디젤로 갈 수도 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정례 브리핑이 끝난 뒤 군 핵심 관계자는 “배치-2와 배치-3의 추진 체계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현재의 제도와 규정으로도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며 “동북아 정세에 따라 지금 당장 필요할 수도 있고, 20~30년 뒤에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 가상도
● 지금 필요한 건 ‘공론화’

지난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고하고 비밀 사업단을 설치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를 따서 ‘362 사업단’입니다. 이 조직은 1년 만에 외부에 알려지면서 해체됐습니다.

이를 두고 362 사업단의 비밀이 지켜졌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원자력 잠수함을 거느리고 있었을 것이란 한탄이 지금도 떠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362 사업단이 끝까지 비밀리에 움직였다고 한들 원자력 잠수함은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몰래, 미국 허가 없이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기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시 362 사업단의 단장이었던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결심이 원자력 잠수함 건조의 첫 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들통 날 사업이라면 애초에 공개해서 여론의 평가를 받고 여론의 지지를 사업 추진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기왕 3,000톤급 잠수함의 배치-2와 배치-3의 동력 체계를 빈칸으로 남겨뒀으니 우리나라에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한지, 원자력 잠수함을 독자 개발할 수는 있는지, 환경오염의 우려는 없는지 우선 한바탕 입씨름부터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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