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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텅 빈 서해대교 거꾸로 질주…죽음 부른 역주행

없었다면 좋았을 한 50대의 죽음

[취재파일] 텅 빈 서해대교 거꾸로 질주…죽음 부른 역주행
19일 새벽 0시를 기해 서해대교의 통행이 재개됐습니다. 16일 만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불편했고, 도로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사람들의 교통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밤을 새워 복구에 매진했습니다. 덕분에 계획했던 성탄절보다 열흘 넘게 이른 재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 나들이를 나선 많은 사람이 보다 빠른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런 빠른 재개를 기뻐하기만은 할 수 없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케이블 교체를 완료한 16일 밤, 한 50대 남자가 차를 몰고 통행금지 구간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화물차의 뒤를 들이받은 승용차는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습니다. 50대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건 밤 10시 50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 부근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충남 서산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난 곳은 반대 방향인 서울 방향 도로였습니다. 역주행, 거꾸로 달린 겁니다. 

 왜? 왜 이 운전자는 가지 말라는 도로를, 역주행까지 하며 달리려고 했던 걸까요? 33km나 돌아가야 하는 우회로가 귀찮아서? 목적지에 빨리 가야 하는 급한 사정이 있어서? 아니면 그냥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가 그저 잘못 들어선 걸까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목포로 가는 길을 달리던 이 운전자는 서해대교로 부근이 막혀 있자 우회로인 국도로 내려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운전자들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라가려 했습니다. 진입로 두 방향 가운데 목포 방향 진입로는 진입이 통제돼 단단히 막혀있었던 상태. 그렇다 보니 운전자는 자연히 서울 방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왔던 방향을 다시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진입로가 끝나는 합류지점에서 돌연 운행방향을 목포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역주행이 시작된 겁니다. 

 평소라면 대번에 사고가 났겠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도로에 달리는 차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진에서 넘어오는 길은 당진 쪽에서만 막혀 있었고, 입구를 막은 도로공사는 출구는 막아놓지 않았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역주행을 막을 안전장치나 가로막은 전혀 없었습니다. 텅 빈 도로를 홀로 달리던 운전자는 주차된 대형 화물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습니다. 서해대교 복구 작업에 동원된 대형 화물차들이 도로 한가운데 주차돼 있었던 겁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우리는 답을 듣지 못할 겁니다. 경찰은 음주 운전 여부 등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길 한복판에 주차된 화물차 주변에 위험 표지판이라도 있었으면, 통제 구역임을 알리는 가로막이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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