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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개된 'LTE 전국 지도'…내가 사는 곳은 어떨까?

[취재파일] 공개된 'LTE 전국 지도'…내가 사는 곳은 어떨까?
교통카드가 있습니다. 이 카드를 쓰면 지하철표나 버스 승차권을 돈 주고 살 때보다 훨씬 빠르고 쾌적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직장인 A 씨는 출퇴근 시간 아끼는 게 이득일 것 같아서 굳이 돈을 내고 교통카드를 샀습니다.

카드를 받아 든 다음 날. A씨는 경쾌한 마음으로 집 앞 지하철 역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댔습니다. 하지만 카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옆 동네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우리 집 앞 지하철 역에서는 쓸 수 없는 카드였습니다. 옆 동네에선 좋은 카드지만 A씨에겐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죠.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물론 교통카드를 쓰면서 A씨 같은 일을 겪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교통카드 서비스를 신청하기 전에 어느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혜택이 좋더라도 내 집 앞, 내 직장 앞에서 쓸 수 없는 교통카드를 신청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LTE 서비스입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들은 저마다 자기 회사 LTE가 제일 빠르다고 광고합니다. LTE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는 최신 기술을 먼저 상용화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합니다. 올해 초에는 3밴드 LTE-A를(용어 설명;서로 다른주파수 대역 3개를 묶어 사용하는 LTE 서비스로 기존 LTE보다 3~4배 빠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광고를 놓고 통신 3사가 법정 소송까지 벌였죠.

그러나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LTE의 기술적 속도가 아닙니다. 교통카드와 마찬가지로 내 집, 내 직장 근처에서 LTE가 잘 터지는지, 그리고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나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다른 곳에서 아무리 속도가 빠르더라도 내가 하루 종일 머무는 직장이나 집 근처에서 속도가 느리거나 이용할 수 없다면, 누가 비싼 돈 내고 LTE 서비스를 쓰겠습니까? 때문에 LTE를 비롯한 통신 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 정보, 즉, 커버리지(Coverage) 정보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 정보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LTE 커버리지 정보를 소비자에게 종합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는 그저 "전국 방방곡곡"이라든가 "전국 상용화"라는 광고만 믿고 '당연히 잘 터지겠거니' 하는 생각에 LTE 휴대전화를 써왔죠.

게다가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터지는 LTE가 어떤 속도의 LTE인지 - 광대역 LTE인지 광대역 LTE-A인지, 아니면 얼마 전까지 통신사들이 대대적으로 광고한 3밴드 LTE-A인지 -  일반인이 확인하기는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그저 파일을 보내거나 동영상을 보는 과정에서 어떤 장소에서는 속도가 빠르고, 어떤 장소에서는 또 느리다는 걸 경험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죠.

소비자에게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제공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통신사들이 의무적으로 통신 서비스 커버리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 이른바 '이동 통신 서비스 커버리지 공개 법안'입니다.

지역별로 LTE가 되는지 안 되는지, 또 LTE 가운데 어떤 속도의 LTE 서비스가 가능한지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2015년 12월 18일 현재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미래창조방송과학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 전 단계인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해 알아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될 것을 대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LTE 전국 지도'를 시범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LTE 커버리지 정보를 공개하게 되면 이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정부가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 기준이 되는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LTE 전국 지도'를 정부 산하기관이 처음으로 제작한 셈입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된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시범 제작한 이 지도의 핵심 부분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도를 보니 각 통신사의 LTE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이 자료는 시범 구축 결과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료를 보완해 수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화진흥원(NIA)는 밝혔습니다. 이 자료에 KT의 경우 강원도 지역 기지국 정보가 10만 건 정도 누락되었으며, 그밖에 각 통신사가 설치한 소규모 중계기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와 다른 점이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 구축 단계에서 파악한 전반적 추세는 시각적으로 잘 드러납니다.)

각 지도에 가장 짙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3밴드 LTE-A가 작동하는 범위(커버리지)입니다. 식별하기 쉽지 않지만 중간 정도의 색은 광대역 LTE-A고, 가장 연한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광대역 LTE 작동 지역 (커버리지)라고 정보화진흥원은 설명했습니다.(일반 LTE는 이 지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각 지도의 짙은 색 지역을 추적하면 올해 초 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광고했던 3밴드 LTE-A의 실제 작동 지역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범 구축 단계의 지도를 보면 SK텔레콤은 전국적으로 비교적 많은 지역에서 3밴드 LTE-A가 작동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대도시권과 대도시들을 잇는 고속도로나 철도가 지나는 지역에서 3밴드 LTE-A가 작동하고 있고, KT는 주로 대도시권 위주로만 구축한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각 통신사의 기지국에 대한 투자나 관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아직 시범 구축 단계의 지도라 자료가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다고 하나, 이 결과를 보고 "전국 방방곡곡"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LTE 서비스에 가입했던 소비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특히 LTE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난 곳에 사는 소비자들은 억울하지 않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LTE 서비스를 서비스한다고 광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기본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통신사가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싶습니다.    

▶ [단독 입수] "LTE 왜 안 터져?"…전국 지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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