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이동관 전 수석의 '연평도 남탓'…응전 포기의 책임자는?

[취재파일] 이동관 전 수석의 '연평도 남탓'…응전 포기의 책임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신의 회고록 ‘도전의 날들-성공한 대통령 만들기’를 통해 지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회고록 중 이 부분의 요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도발 원점인 북한 개머리 반도의 포 진지를 공습할 것을 지시했는데 군 관계자들이 주저해서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군이 거부한 것 같습니다. 그때 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항명했을까요? 이 전 수석의 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 전 대통령의 의견에 MB 정부의 군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다른 주장을 폈을 뿐입니다. 청와대 벙커에서 대통령이 참모들과 토론을 했고, 대통령이 참모들의 의견을 따른 것에 불과합니다.

정녕 개머리 진지에 F-15K를 보내 공대지 미사일 세례를 안기고 싶었다면 이 전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참모들의 뜻을 물리치고 공습 명령을 내리면 됐습니다. 하지만 명령 안했습니다.

원점 타격 결심을 못한 이 전 대통령은 오히려 확전을 주저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습하라고 명령했는데 군이 거부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저의(底意)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심각한 아전인수(我田引水)입니다. 이동관 전 수석은 내일(15일) 사실상 총선 출정식인 이 책의 출판기념회를 엽니다.
 
● 이동관 전 수석의 주장과 군의 반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에서 “연평도 상공까지 출격했던 F-15K 2대를 활용해 공격하라”고 지시했다고 이 전 수석은 회고록에서 밝혔습니다. 이에 군 관계자들이 “미군과 협의할 사안”이라며 주저했다고 회고록은 지적했습니다. 이 전 수석의 주장은 “군 관계자들이 동종(同種) 동량(同量)의 무기로 반격해야 한다는 유엔 사령부의 교전 수칙을 앞세우는 바람에 도발 원점을 타격하지 못했다”입니다.

여기서 군 관계자들은 청와대에 파견된 군인들로 청와대가 선택한 인물들입니다. 청와대 공식 참모들입니다. 그들은 동종 동량의 반격이라는 교전수칙을 충실하게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사가 정한 교전수칙을 무시하고 원점을 타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군 통수권자의 몫입니다.
교전수칙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국방부와 합참에 따르면 아쉽지만 당시까지의 교전수칙은 딱 도발한 만큼 응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투기로 폭격을 하려면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원점과 지원세력 응징은 연평도 포격전 이후에 진화한 반격 개념입니다.

원점을 타격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려면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탓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책임은 아랫사람들에게만 지우고 윗사람은 과실만 따먹을 요량입니까?

● 결사항전한 연평부대원들에게 떳떳한가

원점 타격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면 누굴 탓하기에 앞서 먼저 육해공군의 지원 없이도 용맹하게 싸워 이긴 연평부대원들을 돌아볼 일입니다. 그들은 외로이 목숨 내놓고 싸웠지만 남 탓하지 않습니다. 훈장 한 장 안내준 MB 정권을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지하 벙커에서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 공대지 미사일 공격 명령을 끝내 내리지 못했고, 이후에도 연평부대원에게 눈길을 한번 안 준 이들에게 연평도 포격전은 두고두고 반성할 과거이지 딛고 일어설 수단이 아닙니다.

요즘은 군을 흠집 내야 자신의 권위와 인기가 오른다고 생각하는지 너나없이 군을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군의 신뢰는 개인의 인기와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닙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연평도 포격전 당시 확전을 막는 결정은 국방장관도 합참의장도 아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몫이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