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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평도 포격전…왜 원점 대신 무도를 쐈나

[취재파일] 연평도 포격전…왜 원점 대신 무도를 쐈나
오는 11월 23일은 연평도 포격전 5주년입니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 개머리 진지에서 연평도를 향해 방사포 170 여발을 쐈고 해병대 연평부대가 80 여발 응징 사격을 한 사건입니다. 군은 그동안 그 날을 ‘연평도 포격 도발’로 규정해오다 올해 5주년부터는 ‘연평도 포격전’으로 재평가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연평부대가 재빨리 대응 사격을 해서 북한에게 큰 피해를 입힌 명백한 전투입니다. 누구보다 용감했던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지만 북한은 사망 10 여명, 부상 20~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군은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습니다. 훈장 받아 마땅한 이긴 싸움입니다.

하지만 군은 훈장을 주기는커녕 북한의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다는 의미인 연평 포격 도발로 2010년 11월 23일을 명명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그 어색한 명칭을 버리겠다고 하니 그동안 오해를 일으켰던 연평도 포격전의 몇 가지 미스터리도 그 베일을 벗겨야 하겠습니다.

연평부대 포 7중대는 1차 사격 때 왜 원점인 개머리 진지 대신 무도를 공격했을까? 2차 사격은 왜 개머리 진지의 논 바닥을 때렸을까? 1, 2차 사격 때 왜 포 7중대의 자주포 6문 가운데 4문만 참여했을까? 

● 눈 감고 사격한 포 7중대?…눈 감고도 이긴 포 7중대!

북한의 방사포 세례 속에서 사격 준비를 마친 연평부대 포 7중대에게는 원점인 개머리 진지의 좌표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연평도의 대포병 레이더 AN/TPQ를 운영하던 타군 측에서 원점의 좌표를 못 잡아낸 것입니다. 원점의 좌표가 없다고 맞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포 7중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익힌 북한 무도의 방사포 진지 좌표를 목표로 1차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K-9 자주포에 불이 붙고 사방에서 파편이 튀는 와중에도 13분 만에 사격 준비를 완전히 끝내고 숱하게 연습했던 좌표를 향해 K-9 50여발을 쐈습니다. 무방비의 무도 북한군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연평부대는 1차 사격이 끝난 뒤 타군 포병으로부터 좌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부정확한 좌표였습니다. 북한 방사포 진지의 고도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무도는 이미 초토화됐기 때문에 원점인 개머리 진지를 향해 자주포 30여발을 사격했습니다.

2차 사격의 탄착점이 북한 방사포가 있던 자리보다 뒤, 논 바닥에 형성됐다는 비판이 당시 쏟아졌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잘못된 좌표입니다. 연평부대, 그리고 포 7중대의 잘못이라면 엉터리 좌표를 받은 것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연평 부대장 이하 모든 해병대원은 엉터리 좌표를 손에 쥔 채 목숨을 내놓고 싸워 이겼습니다. 누구 하나 타군을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포 7중대는 2010년 1월 1일부터 포격전이 벌어진 11월 23일까지 455회의 전투 배치 훈련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 7중대원 한명 한명은 눈 감고도 사격할 수 있는 ‘자주포 머신(machine)’들이었습니다. 마침 연평도 포격전은 사격 좌표가 없는, 눈 감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7중대 자주포 머신들은 멋지게 해냈습니다. 

다행히 연평 포격전 이후 연평도의 대포병 레이더는 타군에서 해병대로 이관됐습니다. 당시 포 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소령은 “만약 우리가 선제 공격했다면 무도와 개머리의 북한군은 전멸했을 것”이라며 “맞은 뒤 때리는 작전이어서 적의 피해가 그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 불 타는 자주포로 싸웠다

포 7중대는 1차 사격 때 3문, 2차 사격 때 4문으로 반격했습니다. K-9 자주포가 6문 있었는데 나머지 포들은 뭐 했을까요? 북한이 연평도를 치기 직전까지 포 7중대는 실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1문은 훈련 도중 포신에 포탄이 걸리는 말썽을 일으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또 2문은 폭탄에 맞아 불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1차 사격 때는 3문만 운용했습니다.
北의 포격에 불붙은 포 7중대 진지
1차 사격을 하는 동안 나머지 대원들은 자주포에 붙은 불을 껐고 그 중 1문은 악착같이 수리했습니다. 북한의 포격으로 포탑을 움직이게 하는 구동 제어기의 케이블이 끊어졌지만 수동으로 전환해서 사격할 태세를 갖췄습니다. 그래서 2차 사격 때는 급히 수리한 1문을 더해 4문으로 사격했습니다. 놀랍도록 침착한 대응이었습니다.

김정수 소령을 비롯한 포 7중대 대원들은 요즘도 종종 육해공군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습니다. 강연에서 육해공군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훈장 받았냐”라고 합니다. 훈장 안 받았습니다. 그들은 얼굴에 다리에 깊이 박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훈장으로 여기며 불평 한마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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