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살인범으로 20년 동안 갇혀 있던 재일 한국인 박용호 씨가 일본 오이타 교도소를 나서는 순간입니다.
[박용호/재일 한국인 무기수 : 20년에 걸친 옥중 싸움 내내, 극도의 긴장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아직 현실감이 없습니다.]
아들의 무죄를 믿고 20년간 법정투쟁으로 법원의 재심 결정을 이끌어 낸 어머니 앞에 섰습니다.
[어서 와!]
[박 씨 어머니 : 엄마는, 20년이 참 긴 시간이었지만, (너의) 무죄를 믿고….]
박 씨는 지난 1995년 방화 살인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일본인 처 아오키 씨와 공모해, 딸 명의 보험금을 노리고 집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이 제시한 유일한 증거는 박 씨 자백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법정투쟁 과정에서 박 씨 자백이 강요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 2011년 진행된, 화재 현장 재현 실험에서 수사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는 가솔린 7리터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30분 뒤 태연하게 다른 가족들만 데리고 피신했다고 돼 있지만, 실험 결과, 불은 순식간에 번질 뿐이었습니다.
자연발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잇따랐습니다.
결국, 사건 발생 20년 만인 지난 23일, 일본 법원은 박 씨와 아오키 씨에 대한 재심과 형 집행 정지를 결정했습니다.
[공포와 절망감이 저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이성이 파괴되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허위자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석방된 일본인 처 아오키 씨는 숨진 딸이 좋아했던 해바라기를 안고 딸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돈 때문에 친딸을 죽였다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오키/함께 석방된 일본인 동거녀 : 드디어 딸의 산소를 찾을 수 있어서…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아서 하루빨리 딸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두 사람이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대표적인 억울한 사건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재심과 형 집행 정지 판단 근거를 볼 때, 이후 최종 재판에서도 무죄 선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