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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관 때 '기술이전 불가' 몰랐다"는 김관진…진짜 몰랐을까

[취재파일] "장관 때 '기술이전 불가' 몰랐다"는 김관진…진짜 몰랐을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그제(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을 위한 4가지 핵심기술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방장관 시절엔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지난 해 6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취임한 이후 9월에 핵심기술을 받을 수 없으나 계속 노력해 보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방장관 시절엔 정말 몰랐을까요? KF-X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이 걸린 차기 전투기 F-X 사업의 총책임자가 어떤 기술이 이전되는지 몰랐다는 말은 F-X 사업을 날림으로 해치웠다는 말과 같습니다. F-X 사업의 항목별 평가에서 KF-X 기술이전과 관련된 점수는 100점 만점에 18점이었습니다. KF-X에 어떤 기술을 전수해주느냐가 F-X 최종 기종 선정의 당락을 가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항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사업 총책임자가 몰랐다니요.

● F-X 사업의 최대 이슈는 KF-X 기술 이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F-X 사업의 최대 이슈는 KF-X 기술 이전이었습니다. F-35의 록히드 마틴, F-15SE의 보잉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유로 파이터 타이푼의 에어버스가 ‘전면적인 기술이전’ 카드를 꺼낸 뒤에는 거의 유일무이한 이슈가 기술 이전이었습니다.

에어버스가 아예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어 전투기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의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나서니 록히드 마틴과 보잉은 경악했습니다. 핵심기술 이전의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록히드 마틴과 같은 처지인 보잉은 그래서 이스라엘 기술이라도 사서 넘겨주겠다고 공약했던 겁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실장도 일련의 과정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습니다. 보잉이 미국 기술 대신 이스라엘 기술을 가져오려고 했던 사실만 봐도 4가지 핵심기술 이전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점을 당시 국방장관은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 F-X 사업 100점 만점 중 18점은 기술이전 점수

무엇보다 F-X 사업 평가의 100점 만점 중 18점은 ‘경제적 편익 및 KF-X’였습니다. 사실상 KF-X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 점수입니다. 가격이 20점, 나머지 62점은 상호운영성, 성능 등에 배정됐습니다. 기술 이전은 수능으로 치면 국영수 중 하나쯤 되는 비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록히드 마틴의 기술 이전 내역을 F-X 사업 총책임자가 몰랐다면 F-X 사업을 눈 감고 총괄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무 협상을 맡았던 방위사업청의 핵심 관계자는 “록히드 마틴에게 수의 계약이나 다름없이 F-X 사업을 선사하는 대신, 4가지 핵심기술을 주는 척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록히드 마틴에게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록히드 마틴의 F-35가 F-X 최종기종으로 선정된 지난 해 3월 이전, 그러니까 김관진 실장이 국방장관이던 때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습니다. 무기 획득 분야 군인들에게는 상식이었습니다. 김관진 실장이 진정 몰랐다면 김 실장의 심각한 직무유기로도 보이는데 직무유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원점 타격을 부르짖으며 북한과 맞섰던 대한민국 43대 국방장관은 그렇게 무책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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