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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원의 '오지랖'…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삐걱

[취재파일] 국정원의 '오지랖'…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삐걱
군은 북한의 핵 시설과 미사일의 동향을 일찌감치 파악해 수상하면 선제 타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킬 체인(Kill-Chain)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구축 목표 시점은 2020년대 중반입니다. 킬 체인 작동의 필수조건은 북한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정찰위성입니다. 그래서 정찰위성을 킬 체인의 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에 이어 2020년부터 띄우기로 했던 정찰위성도 갈짓자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번 달에 민간 개발업체를 선정해 올해부터 개발에 착수하는 것인데 모조리 무산됐습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불용 처리될 수밖에 없고 내년에 편성된 예산도 사라질 운명입니다. 정찰위성이 발사되는 시기가 최소 1년 늦춰졌습니다.

이유가 황당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정찰위성 운용에 개입하겠다고 나서자 군이 반대하면서 정찰위성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남쪽을 타격하려는 움직임이 정찰위성에 포착되면 군은 순식간에 결심하고 북한을 공격해야 하는데 국가정보원이 중간에 들어앉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공이 늘어나면 속절없이 골든 타임만 낭비하게 되고 킬 체인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 10월 민간개발업체 선정 무산…올해 예산 19억원 불용처리

군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초정밀 정찰위성 5기를 띄워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할 계획입니다. 정찰위성 5기가 전력화되면 북한의 핵 기지와 미사일 발사대를 한두시간 단위로 정밀 감시할 수 있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이달 중 민간 정찰위성 개발업체를 선정해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올해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민간업체 선정이 무산돼 올해 배정된 예산 19억원은 불용처리가 확정됐습니다. 내년 예산 100억원도 확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사업이 계획에서 1년씩 뒤로 밀리는 것입니다. 첫 정찰위성이 발사되는 시점도 당초 계획인 2020년을 맞추기 어렵게 됐습니다. 현재로서는 최소 1년 늦춰질 전망입니다.
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 국가정보원 ‘수신관제권’ 요구

킬 체인의 정찰위성은 군이 다른 기관 개입 없이 단독 운영해야 합니다. 북한의 수상한 동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 단위의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지체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군과 국회, 학계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정찰위성의 수신관제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정찰위성의 정보를 먼저 받아 군에 나눠주겠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킬 체인의 반응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국가정보원이 현재 하늘에 떠다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위성들을 관리하니 정찰위성도 가지고 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의 요구에 군이 불응하면서 정찰위성 사업은 멈춘 것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국가정보원에 어찌 된 일인지 문의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정찰위성 사업에 얼씬도 하면 안 됩니다. 국가정보원이 개입하는 순간 정찰위성과 킬 체인은 무력화됩니다. 군은 국가정보원에게 밀려서는 절대 안 됩니다. 부처간 불협화음, 갈등으로 비춰져도 상관없습니다. 킬 체인을 올바르게 구축하기 위해서 군은 버텨야 합니다.

누구도 국가정보원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타격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본연의 임무보다는 엉뚱한 데에 더 관심을 갖는 국가정보원의 못된 버릇은 언제 고쳐질지 모르겠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벌써 킬 체인과 정찰위성의 1년을 지워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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