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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국정화 논란…기성세대가 학생들에게 잘못하는 것"

* 대담 : 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윤종배 선생님

▷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오늘 오후 한국사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독재 부활의 역사 쿠데타라며 야당은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는데요. 학교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서울 수락중학교 윤종배 교사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윤종배 선생님 나와 계시지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국사를 가르치신지 정확히 얼마 되셨을까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1987년부터 근무했으니까 28년 정도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거의 30년 가까이 되셨네요. 그러면 처음 교편을 잡으셨을 때는 역사 교과서가 국정이었나요? 검인정이었나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그때는 국정 교과서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정 교과서라,, 그때 교과서 기억 나십니까?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네. 그때 교과서는 주로 교수나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이 좀 학생들이 보기에 어렵고 눈높이에 맞지 않고 활동도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빈약했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암기 과목이라는 오명을 끌어냈죠.

▷ 한수진/사회자: 

어려웠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예산도 넉넉하지 못해서 교과서가 부실했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제가 듣기로는 당시 공중파 TV프로그램 한 편 제작비 정도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이 빈약하니까 원고료도 넉넉히 못 드리고 집필자에 대한 예우도 못 해드리고 무엇보다도 교과서 지면이 단조로워서 학생들이 보기에 흥미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무슨 암기 과목처럼 됐다는 거죠.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다가 검인정 교과서로 바뀌었는데 바뀌고 나니까 어떻든가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교과서가 하나만 있다가 다양한 교과서를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참고도 되고 또 수업할 때 이것저것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여러 교과서에서 발췌해서 제 교과서는 한 종이지만 여러 종에서 참고해서 수업 자료를 만드니까 훨씬 풍부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성향에 맞는 그림이 많은 교과서, 글이 충실한 교과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고요. 한 마디로 여러 책이 있다 보니까 경쟁이 이뤄져서 질 좋은 교과서가 나왔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역시 질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이시고. 그리고 교과서를 하나를 선택해도 다른 교과서를 보시면서 비교해가면서 가르치시는군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중학교가 검인정 교과서가 7가지 고등학교가 8가지 맞습니까?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 한수진/사회자: 

학교마다 어떻게 선택하는 거죠?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교과서는 검정을 거치면 학교로 배포가 되고 전공 교사들이 분석한 다음에 검토한 자료를 첨부해서 학교 운영위원회에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채택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학교나 교사가 독단적으로 교재를 선택하는 건 아니네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네. 처음부터 학교 운영위원회 구성 자체가 학부모 위원과 지역 위원이 교원 위원보다 많게 돼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운영위원회가 결정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는 분들이 편향된 집필진들이어서 문제다 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직년에 홍역을 치렀는데 그때 제가 보기에 진보 성향의 7종의 교과서가 채택됐다기보다는 많이 부실하다, 오류가 많다고 지적된 교학사가 많이 배제된 게 더 정확한 당시 상황 평이 아니었나 싶고요. 교과서 집필진이 좌편향됐다고 칭하는 건 그 책을 검정한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 절차라든가 집필진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때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서 쓰고 현 정부에서 검정이 이뤄졌는데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수정 명령을 대거 내렸거든요. 그런데도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이런 것들을 하나도 오류를 잡지 못한 집필자를 나무라기 전에 허술하게 검정한 교육부 담당자를 오히려 문책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군요. 검인정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 했으니까. 그렇게 해결할 문제인데 왜 국정화로 가느냐 하는 비판이신 것 같고요. 그러니까 지난해 교학사 같은 경우는 처음 나오긴 나왔는데 채택이 많이 안 된 이유가 워낙 오류가 많아서였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현재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라고 지적된 것 중에 하나가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글쎄 대표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게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라고 하고 북한은 국가 수립이라고 해서 격하시킨 것 아니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정부수립이라고 표현한 건 3.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1919년 4월에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는데 그 정통성 위에 대한민국 정부가 정부를 수립했다고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했다고 표현한 거라고 보거든요.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본인이 임시 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1979년도 제가 고등학교 때 배운 국정 교과서를 찾아 봤는데 그리고 20년 전에 제가 가르쳤던 국정 교과서도 찾아 봤는데 다 이 무렵에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 그냥 수립이라는 표현이 혼용돼 있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고요. 

▷ 한수진/사회자: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반면에 북한을 국가 수립이라고 표현하는 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무관한 국가 또 정권이 생겼다 라고 표현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 독재자이자 남북 분단의 원인 제공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반면에 김일성 내각은 친일 청산을 잘한 항일 정부라고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하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이건 교과서 전체를 읽어보시면 아마 그런 얘기 안 하실 것 같은데. 워낙 교과서 집필의 원칙이 국가나 지도자의 공과를 균형 있게 서술하는 게 원칙이고요. 자꾸 문제가 되니까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철저히 사실 위주로 쓰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일종의 검정 기준인데 그거에 또 역사 교과서는 교육과정 외에도 상세한 집필 기준이 따로 있어서 이런 걸 벗어나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필자에 따라서 아 다르고 어 다른 수준이라고 저는 보는데 과도하게 문제 삼는 게 아닌가 싶고 북한에 대한 문제도 워낙 서술 분량이 대한민국보다 훨씬 적습니다. 적다 보니까 기본 사실을 소개하고 비판도 곁들이는데 기본 사실 중의 일부 구절을 문제 제기하거나 아니면 비판이 본인이 볼 때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가 보기에는 국민소득이 20배나 넘게 차이나는 북한을 찬양하는 교과서 집필자가 있을 것이며 이런 학생들이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겠느냐 하는 상식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죠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 한수진/사회자: 

전근대사를 지나치게 압축하고 근대화 실패 과정과 식민지 시기 독재 체제등장을 확대 서술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오히려 지금 정부는 근현대사를 축소하고 고중대사를 훨씬 늘리고 있거든요. 점점 그렇게 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줄면 줄지 늘어서 문제가 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현재 이런 비판도 있던데요. 국정화를 추진하는 논리 중에 하나가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최소화하겠다. 다시 말해서 수능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입시 부담을 덜어주겠다 하는 논리도 있더라고요. 국정 교과서로 바꾸면 학생들 수능 부담이 주는 건 맞습니까?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과거 국정 교과서 시절에 교과서 한 권밖에 없고 그것만 분석해서 기출문제 분석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출제자들이 문제 낼 게 없어서 구석구석에 있는 지엽적인 것들을 낸 적이 있거든요. 오히려 여러 종의 교과서가 있으면 안 배운 걸 낼 수는 없으니까 공통분모는 내지 않겠습니까.

공통분모가 바로 교육부가 정한 핵심 성취 기준이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시험 범위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도 있고요. 또 교육부가 내후년 수능부터는 8,90%의 학생이 1등급이 나오도록 역사를 출제하겠다며 역사를 수능 필수로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러면 쉽고 어려운 문제에서 많이 벗어날 수가 있고요.

또 교과서를 한 권 있으면 좋으냐를 국영수 교사한테 물어보면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건 착시라는 거죠. 어차피 고3이 되면 다 EBS 교재로 공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이라서 쉽고 검정이라서 어렵다는 건 무의미한 논의가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28년째 국사 교과를 가르치고 계신 현직 교사시죠. 수락중학교 윤종배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요. 선생님 그런데 어제 여당에서 내놓은 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고2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응답자는 526명밖에 되지 않지만 수능 부담 감소 여부에 대해서 그렇다, 아마 부담이 감소할 것이다 라고 대답한 학생이 30%가 넘던데요. 학생들이 교사들과 생각이 달라 보이는 점도 있는데. 안 그렇습니까?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이게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착시라는 건데요. 어떤 걸 하나만 있으면 그것만 공부하면 된다 라는 더 편할 거라는 심리가 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러 개가 있으면 그 중에서 공통된 것만 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험 범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과적으로 우리가 보면 역사교과서 검인정이냐, 국정화냐, 이런 고민 할 때 가장 우선해둬야 할 것, 중심에 둬야 할 것이 학생이 아닌가 싶은데요. 국정화로 갈 경우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 거라고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저는 우선 학생들한테 너무 답답한 게요. 검정 교과서를 지금까지 사용한 교사들에 대한 원망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까지 교사들은 좌편향인 줄 알고 가르쳤거나 아니면 좌편향인 줄도 모르고 가르친 무능한 교사로 보지 않겠나 하는 걱정도 있고요.

만약 자기 선생님을 믿는다면 교육부와 정치권이 과도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우리가 기성세대가 학생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 때문에 답답할 따름이고요. 또 국정이라는 건 하나의 교과서라는 뜻인데 우리가 말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고 하면서 경쟁대상도 비교대상도 없는 딱 한 권의 책으로 얼마나 창의력을 일궈낼 수 있을까, 저는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2017년 학교에 배포하겠다는 게 정부 쪽 계획인데 1년 반도 남지 않았잖아요.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과서가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교육부가 얼마 전만 해도 현재 검정 교과서도 문제가 많다면서 집필 기간도 늘리고 검정도 한 차례 더 하겠다고 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충분히 두고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건데 그렇게 말해놓고 국정은 정작 국가의 권위를 실어서 쓰겠다면서 1년 만에 해치운다는 건데 그게 자기 모순 아닌가 물어보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균형감 있는 필진 구성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90%가 좌편향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역사학계 지류가 아닌 분들이 참여했을 때 나중에 나온 책을 보고 책에 문제점들을 지적했을 때 또 다른 2차 3차 논쟁이 불보듯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종배 선생님/수락중학교 역사담당: 



▷ 한수진/사회자: 

서울 수락중학교 윤종배 교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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