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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1야당을 뒤흔든 '양초의 난'

[취재파일] 제1야당을 뒤흔든 '양초의 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요즘 상황을 빗대 농담처럼 하는 말 가운데  '양초의 난' 있습니다. 여기서 '양초'란 두 명의 초선의원, 즉 문재인 당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처음 국회의원 뱃지를 단 초선 의원이지만 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두 사람이 최근 보인 정치적 행보를 놓고 '양초의 난'이라 농담 같은 말이 나온 겁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안철수 전 대표입니다. 처음부터 바로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진 않았지만 당의 혁신위원회를 정면 비판한 뒤 비판의 대상을 문재인 대표로까지 넓혀갔습니다.

<9월 2일> '혁신안은 실패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은 실패했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영입이란 3가지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문재인 대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9월 6일>'혁신은 대표의 몫이다'
나흘만에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직접 겨낭했습니다. 당 혁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니다.
"혁신은 대표의 몫입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을 많이 봤는데 조직의 리더가  혁신의 의지와 아이디어를 갖고 추진할 때만 혁신이 성공했습니다"

혁신안은 실패했고, 그 실패 책임은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와 혁신위는 저를 보지 마시고 국민을 보시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혁신안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안철수 전 대표의 이런 정면 비판에 이른바 비주류 의원들도 적극 호응했습니다. "할 말을 했다", "당의 자산이 될 거다" "지당했다"는 지지에 이어 "혁신안은 실패했다", 그리고 "이대로는 총선, 대선 승리 못한다"는 발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총선 전에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비주류 의원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겁니다.    

<9월 9일> '재신임을 묻겠다'
결국 문재인 대표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 실시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내놓습니다.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실시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습니다"
"인내하고 또 인내했고, 포용하고 또 포용했으며, 끌어안으려 노력했지만,  끊임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과 계속 돼 온 대표직 흔들기에 대한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른바 '재신임 국면'에 빠져 주류와 비주류간의 심각한 계파갈등을 노출했습니다.


<9월 13일> '재신임은 권력 투쟁'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혁신안 의결을 다룰 9월 16일 당 중앙위원회를 무기한 연기할 것과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철회할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문 대표께서 말씀하신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 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자칫 대립적이고 분열적인 사고로 자기 진영 외에 나머지는 모두 배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싸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에게는 지는 길입니다"

서한문의 제목이 중국고서 전국책의 한 대목인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였습니다. 안 전 대표는 "절실한 걱정이 같다면 우리는 미움과 오해, 다툼도 멈출 수 있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도 이루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이 문구를 인용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후보 단일화를 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다음 대선에서 제1야당의 최종 대선 후보라는) 같은 욕심을 갖게 돼 서로 미워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9월 14일> '훈수로 되는 일 아냐'
안 전 대표의 공개서한이 나온 다음날 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안 전 대표에게 보내는 답글을 공개합니다. 

"새정치의 상징인 안 전 대표님도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문안박’이니 ‘희망 스크럼’이니 하면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오래전부터 해온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훈수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당을 바꾸는 일, 함께 해주십시오"

문 대표는 혁신에 대해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니라며 안 전 대표가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요구한 중앙위 무기 연기와 재신임 투표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9월 15일 > '협상 결렬'
문, 안 두 사람이 전격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결론은 예상대로였습니다. 당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 원칙적 공감대만 확인했지, 쟁점 사항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사실상 협상 결렬이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단 한번도 같은 자리에서 만나지 않았습니다. 혁신안을 의결한 9월 16일 당 중앙위, 9월 18일 당 창당 60주년 기념행사, 9월 20일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한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 이 모든 자리에 안철수 전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당이 연석회의를 열어, 문재인 대표에 대한 정치적 재신임을 결의한 9월 20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대선출마선언 3주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9월 21일> '온정주의' vs '당치 않다'
문재인 대표는 연석회의 결의를 받아들여 자신의 재신임 투표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는 다시 부딪혔습니다.전날인 20일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한 이 말 때문입니다.

"윤리의식은 부족하고 온정주의는 넘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비추어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해 '정치화된 법원의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했던 문재인 대표와 친노 진영을 겨냥한 직격탄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말을 일축했습니다.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않은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입니다"

지난 19일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이른바 '양초의 난'을 비교적 이렇게 길게 정리한 것은 앞으로를 점쳐 보기 위해섭니다. 문재인 대표는 당 연석회의의 재신임을 받은만큼 지도력에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내 주류와 비주류 모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혁신안'을 통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이 가까이 다가 올수록 문, 안 두 양초의 불꽃은 더 활활 타오를 것 같습니다.

당내 일부의 우려처럼 양초의 불꽃이 서로를 향해서만 타오르다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불상사로 이어질 지 아니면 '혁신과 통합'이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제1야당의 어두운 미래를 환하게 밝힐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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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조사 집계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은 4.0%p 반등한 17.9%, 안철수 전 대표는 2.2% p 상승한 9.9%를 기록했습니다.

'양초의 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두 사람의 지지층을 결집하는데도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결과일까요? 조사기간은 9.14~9.18,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00명 대상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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