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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년희망펀드', 청년에게 희망 줄 수 있을까?

[취재파일] '청년희망펀드', 청년에게 희망 줄 수 있을까?
정부가 어제(1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청년희망펀드'의 조성 및 운영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펀드 마련을 제안한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발표내용의 요지는 ▲'청년희망펀드'로 명명 ▲정부예산이 아닌 소득의 일정부분을 기부받아 조성 ▲ 대통령·총리·국무위원·공공기관장부터 기부 동참 ▲대통령 일시금 2천만원과 월급 20%씩 기부 ▲공직사회·민간으로 기부 확대 등이었습니다.  황 총리는 "노사 모두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만큼 정부도 청년들에게 큰 희망을 주기 위해" 펀드 조성에 나섰다고 강조했습니다.

● 청년 일자리, 기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발표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펀드가 필요할까?" 였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단지 돈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알려진 것처럼, 경기침체나 산업구조 변동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해결방안도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사안이지 기부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혹시 정부는 특별한 복안을 갖고 있을까? 담당 부서 등에 전화를 돌려 세부계획이 담긴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구체적인 자료는 없고, 당장 배포할 계획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즉, 큰 틀에서 청년일자리 지원하는 펀드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펀드를 만든다고 하면 먼저, 목표 액수를 설정하고, 그만큼 돈이 모이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그 계획을 믿고 사람들이 기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펀드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래서 얼마의 기금을 모아야 하는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밝힌 계획이라고는 ▲청년 구직자에 대한 지원 ▲창조혁신센터와 연계한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정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서 실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정부는 세부 계획도 없이 전 공직사회와 민간에 자발적인 기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잘못 들으면 "좋은 일에 쓸테니 덮어놓고 돈을 내라"는 얘기 같기도 합니다.

● '노동시장 개혁' 정당화?..청년들의 희망은 어디에?

그럼 정부는 왜 갑자기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일까요? 황 총리는 3분도 안되는 짧은 발표에서 '노사정 타협'을 의미하는 단어를 세 번이나 쓰면서, 청년희망펀드 조성이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는 "정규직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규직을 줄여 아낀 비용으로 기업들이 청년을 더 고용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황 총리의 발언 역시, 정부가 정말 청년 일자리를 위해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니 제발 믿어달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제출한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에는 정작 청년 고용 활성화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기간 연장, 실업급여 인상과 지급기간 확대, 출퇴근 재해보상제도 도입 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제출된 법안만 놓고 보면, 직접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만일 이런 흐름대로 간다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의 주장은 '막연한 기대'로 그칠 수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도 어제(16일) " 노동개혁의 목표가 청년의 정규직 고용"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만, 기업들이 법적 강제 없이 정규직을 줄여 아낀 돈으로 청년들을 더 고용할 거라고 믿긴 힘든 상황입니다.

이번 기재부 국감에서도 " 30대 기업이 그간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쌓은 사내 유보금이 4400%가 넘는다"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고용에 나서지 않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준비가 덜된) 청년희망펀드를 급하게 들고 나온 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종의 여론조성 작업으로 보입니다.
 
● '청년희망펀드'와 '증세없는 복지'

사실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건 '증세없는 복지'였습니다. 청년 일자리 확충이나, 고용불안에 따른 사회안전망 구축은 정부가 철저한 계획 하에 예산을 배정해서 추진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잠잠해진지 얼마 안됐고, 총선도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추가로 세금을 걷거나 예산을 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예산을 배정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성과가 날 성격의 문제도 아니고요. 또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건 '노동시장 개혁'을 끝까지 관철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예산 들이지 않고, 기부금으로 청년 일자리 펀드를 조성한다는 제안은, '증세없는 복지'에 어긋나지도 않으면서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절묘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대상' 입장에서 보자면, 조성방식의 적절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먼저 조성방식 측면에서 "소득이나 월급의 일정비율이나 일정금액을 기부"한다고 못 박은 건, 자발적 기부보단 과세와 더 닮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공직사회 전체와 민간까지 기부를 확산한다고 하니, 그 대상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분명히 세금은 아닌데, 세금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성격이 있습니다. 이미 자발적 기부를 강요받은 공직자들은 더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든 펀드가 조성되기만 하면, 과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단적으로 말해서 이 펀드에 돈이 얼마간 들어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정부가 추진한다는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정부가 예산을 들여 내놓는 일자리 대책이 어떻게 실행될지 일겁니다.

저도 피고용자로서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정말 정부 정책이 과연 우리 아이의 일자리로 이어질까? 우리 아이도 언젠가 40대, 50대가 될 텐데, 그저 아버지의 고용 불안만 물려받게 되는 건 아닐까?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40~50대의 이런 절실한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놔야 합니다. 그러나 '청년희망펀드'라는 이벤트로는 이들을 납득시키기 힘들어 보입니다. ' 입법'과 ' 예산'을 통해서, 구체적인 대답을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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