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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통법 vs 경쟁' 리베이트 논란의 본질

[취재파일] '단통법 vs 경쟁' 리베이트 논란의 본질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회 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휴대전화 제조사의 리베이트 규모를 보여주는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아홉달 동안 8,018억 원이 리베이트로 지급됐다는 자료입니다.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차별 없이 어떤 매장에서든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자는 단통법의 요체가 바로 공시보조금입니다. 공시보조금은 제조사가 내는 돈과 이통사가 내는 돈을 합친 건데 변동이 있을 때마다 이통사 홈페이지에 게시됩니다.

하지만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휴대전화 유통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즉 공시된 보조금 외에 추가 보조금을 더 받아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는 계속 존재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최신 스마트폰에 공시 보조금 30만 원이 책정됐다면 다수의 소비자는 자신의 돈 70만 원을 내고 구입합니다. 그러나 일부 폐쇄형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판매점을 찾아가면 30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더 받아, 남들보다 훨씬 더 싸게 4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유통구조가 가능한 것이 리베이트 때문입니다. 통신사와 제조사는 타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휴대전화를 파는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줍니다. 리베이트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 차별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리베이트 구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요금제에 특정 스마트폰 1대를 팔 경우 통신사나 제조사가 판매점에 1대당 40만 원의 리베이트를 준다면 판매점 입장에서는 이 돈을 그냥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반드시 가입자를 유치해야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따라서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리베이트 40만 원을 다 갖기 보다는 이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에게 주게 됩니다. 40만 원 가운데 더 많은 돈을 소비자에게 줄수록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판매점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는 곳에 손님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리베이트로 책정된 40만 원 가운데 30만 원은 소비자한테 주고, 자신은 10만 원만 갖는 판매점이 그렇지 않은 판매점 보다 더 많은 휴대전화를 팔 수 있게 됩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리베이트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추가 보조금을 손님에게 주는 판매점은 단통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겁니다. 대신 이 리베이트를 판매점에 준 통신사와 제조사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왜냐하면 통신사와 제조사 입장에서는 "손님에게 추가 보조금으로 쓰라고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준 것이 아니고, 판매점이 휴대전화를 더 많이 팔면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라는 변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단통법을 위반해 가며 추가 보조금을 준 것은 판매점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빠져나갈 수 있는 겁니다.

두 번째로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일주일 동안 같은 가격을 지켜야하는 공시보조금에 비해 리베이트는 통신사와 제조사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금액을 달리하면서 경쟁사의 움직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 이른바 '실탄'이 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업계 내 경쟁, 또 판매점은 판매점들끼리의 경쟁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 리베이트라는 것이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리베이트에 돈을 쓰지 말고, 그 돈으로 아예 휴대전화 출고가 자체를 내리거나, 공시보조금을 높여야 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차별없이 같은 가격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입니다.

공시 보조금 이상의 추가 불법 보조금 지급을 강력히 규제한 단통법의 취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1년 뒤 점검해 본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조사와 통신사, 판매점, 소비자까지 이통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선의를 갖고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켜가며 이상적인 방식으로 경쟁에 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을 원하고, 판매점은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더 많이 팔기를 원하며, 통신사는 타사의 가입자를 뺏아와야 하고, 제조사는 신제품 출시 전까지 구형폰 재고를 빨리 털어내야 합니다. 어찌보면 각자의 이익과 욕구에 충실한 이런 합리적 선택과 경쟁을 법과 규제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시행 3년 뒤 계속 유지할지 말지를 다시 결정해야하는 이른바 '일몰법'으로 제정됐습니다. 물론 남은 2년 동안 더 강력한 단속과 규제로 이상적인 시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쟁'을 보다 촉진할 수 있는 보완책이 없다면 원래 의도한 이상적인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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