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선, 더욱 구체적·적극적으로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의원 구성이 초재선 중심으로 되기보다는 달항아리처럼 노·장·청이 적정한 비율을 갖추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 또 평형수가 배의 균형을 잡는 것처럼 연륜과 경륜을 갖춘 다선 의원이 국회의 평형수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냐는 취지다. 전직 국회의장들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시키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다소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정 의장이) 혼자 외롭게 계시니까 별의 별 연구를 다 하신다"고 했다. 15대 국회에 함께 들어온 5선 동기간이긴 하지만 국회의장에 대한 발언 치고는 수위가 낮지 않다.
국회의장의 불출마는 16대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후 불문율로 굳어졌다. 이후 임채정, 김원기, 김형오, 박희태, 강창의 전 의장이 실제 불출마했거나 불출마선언을 했다. 당적과 정파를 떠나 국회 전체를 아우르는 수장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다시 특정 정당, 정파에 몸을 담는 걸 피해 사회의 원로로 남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정의화 의장의 출마 결심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출직이 되기 위해 선거에 나가고 안나가고는 전적으로 지역민과 당사자가 결정할 사안이어서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나 같으면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파를 초월했던 국회 대표가 지역구에서 특정 당적을 갖고 다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도 좋아보이지 않는 데다, 의장이 다시 상임위에 소속돼 구체적인 지역 현안과 정책을 갖고 논의하는 것도 익숙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의장실 관계자들은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며 급히 불을 끄는 모양새다. 한 측근은 "광주에 출마하지 않을 거라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뜻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정 의장은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결정하게 되면 연말쯤 공식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을 입은 황우여 의원을 물리치고 국회의장 경선에서 이긴 비주류 정 의장은 비주류답게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치적 행보로 여당으로부터 볼멘 소리를 제법 들어왔다. 세월호특별법 처리 과정에서나 이완구 전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등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상황에서 여야를 중재해 본회의 표결을 성사시키는 데도 정 의장의 중용 리더십이 한 몫했다.
국회의 수장으로 여야를 대표한 국회의장으로서 다시 여당 당적을 얻고 지역구에서 상대 후보를 떨어트려야 하는 상황을 자처할 것인지, 아니면 전직 의장들처럼 국회를 떠나 사회의 원로로 남을 것인지 정 의장의 최종 선택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