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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 공군 조종사의 '셀카'?…독특한 북한 조종사 문화

[취재파일] 북한 공군 조종사의 '셀카'?…독특한 북한 조종사 문화
이색적인 사진들이 해외 군사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찍은 이른바 셀카로 알려지고 있는 사진들입니다. "조종사들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을 정도로 군 기강이 해이됐다"는 말들도 나왔지만 그 지경은 아닙니다. 사진들은 셀카는 아니고 조선중앙TV가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들은 몇몇 지점이 흥미를 끌면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먼저 흰색 헬멧을 쓰고 좌측 아래 쪽을 내려보는 조종사 사진과 좌측 위쪽을 올려다 보는 사진입니다. 조종사의 얼굴과 가슴쪽 푸른색 하네스 커넥터가 비슷한 것이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기종은 러시아의 SU-25입니다. 일명 Frog foot, 개구리 발이라고 불리는 지상 공격기입니다. 소형 지상 표적과 저속의 공중 표적을 공격하는 전투기입니다.

1975년에 첫 비행을 한 낡은 기종이어서 전투기의 공격력은 별 관심을 안 끄는데 조종사 헬멧 뒤로 보이는 조종석의 머리받이 쿠션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빨간 마후라가 아니라 빨간 쿠션입니다. 또 흰색 레이스가 알뜰하게 달렸습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의 계급이 높거나 조종사의 미적 취향이 클래식한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이어서 담담히 전방을 응시하는 조종사 사진입니다. 기종은 MIG-29입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투기입니다. 조종석 머리받이가 SU-25와 똑같은 빨간 쿠션과 레이스로 꾸며졌습니다. 이쯤 되면 북한 조종사들이 이런 장식을 대체로 좋아한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진 우측 위쪽으로는 편대 비행을 하는 다른 MIG-29가 보입니다.
조종사는 안 보이지만 지상 활주로가 보이는 사진도 있습니다. 사진들의 정체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활주로는 강원도 원산 갈마 비행장입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공군기지입니다. 북한 매체들이 지난 달 30일 정전협정 체결 62주년 기념으로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관 전투비행술 경기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던 곳입니다. 김정은 제 1 비서도 이 대회를 참관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전투비행술 대회에 참가한 전투기의 조종석을 촬영한 것입니다. 전에 없이 조종석 내부까지 촬영하면서 대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은 북한의 의중이 읽힙니다. 대회를 준비하던 지난 달 중순에는 원산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밖의 눈으로는 낡은 기종들의 안쓰러운 비행으로밖에 안보입니다만 북한 내부 결속에는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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