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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취직 못한 내딸…불쌍하고 안타깝다"

[취재파일] "취직 못한 내딸…불쌍하고 안타깝다"
선한 인상의 50대 공무원을 만났습니다. 자녀 취업문제를 물었더니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요즘 친구들 만나면, 애 취직했냐? 결혼했냐? 이런 건 서로 안물어 봅니다. 금기사항이죠"

그만큼 자녀들의 취업 문제가 심각하단 뜻입니다. 이 공무원에겐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딸이 있습니다. 5달째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아버지로서 속이 상한다고 말합니다.

"불쌍하고 안타깝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이름 있는 회사에 가서 1년씩 2번 인턴도 했는데, 거기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했고 또 칭찬도 들었어요. 별로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인턴 끝나서 정식 직원 뽑을 때는 100명 중에 1~2명 뽑으니까 거기서 떨어지는 거죠"

대학까지 어렵게 뒷바라지 했어도 부모의 역할은 끝나지 않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학 나온 자녀에게 용돈만 주는 것도 힘든데 대학생활보다 더 많은 돈이 듭니다. 학원도 보내주고, 또 스펙 쌓는데 비용을 대줘야 하니까요"

아버지로서 신경써야 할 일은 돈 문제 뿐이 아닙니다.

"딸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어느 시기가 지나면 부모하고 많이 부딪힙니다. 엄마하고 싸우기도 하고요. 별일도 아니지만 본인은 본인대로 스트레스 쌓이고, 엄마는 엄마대로 세 끼 밥해줘야 하고 계속 용돈을 줘야 되니까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청년 취업문제가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커다란 숙제란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청이 청년층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청년들(15~29세)은 최종학교 졸업후 첫 직장을 구할때까지 평균 11개월 걸렸습니다. 졸업 후 1년 정도는 백수로 지낸단 뜻입니다. 졸업 전에 취직하는 운좋은 청년들도 꽤 있고, 졸업을 늦추면서 취업전선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로 2-3년씩 걸려 취업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은 어떤 곳일까요? 1년 이하 계약직이나 일시적 일자리(임시직)이 32.1% 나 됐습니다. 3명 중 1명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아예 졸업 후 한번도 취업을 못한 청년도 64만명이 되니 좋은 직장, 덜 좋은 직장을 가려가며 들어간다는 게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다보니 청년 취업준비생 34.9%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1년 전 28%보다 7%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반면 일반 기업체 입사준비는 25.5%에서 18.9%로 확줄었습니다. 취업도 힘들고 좋은 일자리도 부족하니 아예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출발하겠다'는 청년이 그만큼 많아진 겁니다.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이 많다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회·경제 발전을 생각한다면 썩 바람직한 일도 아니죠.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탓할 수는 없는게 요즘 현실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 이른바 에코세대(주로 80년대생)들은 계속 사회로 진출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면 장년층의 은퇴는 미뤄집니다. 기업입장에선 사람이 나가지 않는데 새로 뽑기가 어려워 지는 겁니다. 이른바 '청년 고용 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아서 임금피크제를 독려하고, 청년 추가 채용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다음 주쯤엔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추가적으로 담길지 이 대책들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안갯속입니다.

근본적 해법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겠죠. 수출 잘되고 소비가 늘면 기업들은 자연히 고용을 늘릴 겁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지난 2분기에 0.3% 성장하는데 그쳤고 5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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