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된 당청관계를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 노동 금융 교육를 포함한 4대 개혁의 완수를 다시 들고 나왔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응수했다. 총대를 멘 형국이다. 최우선 대상은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노동 개혁.
국정원 해킹 논란으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김무성 대표는 논란 자체를 입에 거의 올리지 않았다. 당내 회의에서도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나 다른 의원들이 언급할 뿐 김 대표는 며칠째 노동개혁 담론을 꺼냈다. 회의에서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잇따라 현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2차례 여의도서 천막 농성 중인 한국노총 위원장을 직접 찾아갔다. 어제는 자신에게 선물로 들어온 멜론 두 상자도 한국노총 천막 농성장에 전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여러 공무원 단체를 국회로 불러 간담회를 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노동 개혁을 하려면 노사정 위원회를 복원해야하고, 그러려면 지난 4월 위원회를 뛰쳐나간 한노총을 노사정위에 다시 데려와야한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그 명분을 주기 위해 김 대표는 농성중인 한노총 위원장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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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와 거리를 좁혔고 (한 때 친박 핵심 좌장이던 김 대표가 이런 평가를 듣는 처지에 놓인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유승민의 퇴장으로 새로 구성된 최고위원단에 자신의 우군을 집중 배치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합의추대 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원 원내대표와 한배를 탔고, 정책위의장 또한 자신을 형님으로 부르는 측근 의원이다. 만에 하나 당내 특정 계파의 김무성 흔들기가 시도된다고 해도 최고위에서 자신 편을 들어줄 우군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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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순풍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고 보는 눈은 많지 않다. 당장 올해 연말, 내년 초 본격적인 20대 총선 공천 경쟁이 벌어지면 갈등은 금세 재연될 수 있다. 잠복한 계파 갈등은, 총선 공천을 즈음해 다시 고개를 들 게 명약관화다.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오픈프라이머리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거기에 국회 선진화법 하에서의 여야 협상도 내내 짊어져야 할 숙제다.
요즘 김 대표의 표정은 밝다.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불과 2~3주 전, 유승민 정국 때 김 대표는 노심초사하고 불안해했다고 주변에선 전한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오듯, 기회 뒤엔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김 대표의 여유와 웃음을 곧이 곧대로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