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싼 수입차 부품 가격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자동차 부품 대체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보험개발원이 품질 성능시험을 하고 자동차부품협회가 인증을 한 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이를 사후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소비자들이 품질은 순정품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대체부품을 정부 인증하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건데, 그 첫 제품이 지난주 출시됐습니다. 해당 부품은 BMW 530i의 펜더 대체인증품으로, 순정품이 44만8천3백원인 반면, 대체인증품은 그 반값인 21만8천650원에 불과합니다. 재질도 순정품과 같은 알루미늄으로,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고 정부와 자동차부품협회는 밝혔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일단 BMW 코리아 측은 이번에 나온 대체인증부품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찌 보면 순정품만 고집하는 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이 대체인증부품을 사용했다가 고장이라도 났을 경우 무상보증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무상수리를 해주지 않을 방침이라는 겁니다. 외부에서 대체인증품으로 수리 교환을 하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건데요, BMW뿐만 아니라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모두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AS 보증기간이 지난 오래된 중고 수입차 차주들 말고는 이 대체인증부품을 사용할 엄두를 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현행 디자인보호법은 등록된 제품의 디자인을 20년간 보호하게 돼 있는데, 이게 자동차 부품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디자인보호법에 등록된 부품은 사실상 대체인증부품을 만들기 힘듭니다. 국산차 부품과 달리 수입차 부품은 이 디자인보호권이 대부분 등록되어 있지 않았었는데, 국토부가 올 초 대체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수입차들이 뒤늦게 앞다퉈 자사 순정품의 디자인보호권 등록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BMW가 16건, 토요타가 17건, 아우디가 8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이런 부작용 때문에 중요한 자동차부품의 경우 디자인보호 기간을 36개월 등으로 짧게 잡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체인증제 활성화를 위해 뒤늦게 이 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국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해놓긴 했지만, 실제 통과돼 시행되기까진 1년 이상 걸릴 전망입니다. 결국 수입차 수리비 거품을 빼자고 도입한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관련법의 허점과 수입차 업체들의 버티기로 시작부터 실효성이 반감될 위험에 처해버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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