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대잠전력 증강계획, 방산기업 욕심에 산으로

[취재파일] 대잠전력 증강계획, 방산기업 욕심에 산으로
해군이 북한의 잠수함뿐 아니라 동서남해로 침입할 수 있는 주변국의 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대잠 초계기를 추가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군은 P-3C 8대와 이를 개량한 P-3CK 8대 등 16대의 대잠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서남해를 샅샅이 훑으려면 역부족입니다.

뻔한 예산이니 싼값에 좋은 대잠 초계기를 사야 하는 해군은 지난 2013년 미국 네바다주 투싼 사막에 있는 이른바 전투기 무덤을 주목했습니다. 전투기 무덤은 미군의 퇴역 항공기들을 놓아두는 곳입니다. 해군은 전투기 무덤에 있는 미 해군의 퇴역 대잠초계기 S-3B 바이킹을 점찍었습니다.

아무리 퇴역 항공기라지만 싸게 사서 말끔하게 고쳐 쓰면 나랏돈도 아끼고 전력도 증강할 수 있으니 그리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때 '업자'들의 장삿속이 발동했습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사들여야 하는 기체의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국내 방산기업과 무기 에이전트들이 뛰어들면서 정비 및 조립, 장비와 무장 도입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 바이킹 가격, 2배 폭등

바이킹은 냉전시대였던 1970~1980년대에 생산된 대잠 초계기로 항공모함에 탑재돼 대잠 작전을 펼쳤던 기종입니다. 항공모함의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기종이어서 P-3C보다 이륙시간이 절반 이하로 짧습니다. 그만큼 다른 기종보다 빨리 출격할 수 있습니다. 작전 시간도 긴 편이고 저공비행도 할 수 있어 잠수함 탐지 능력이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모함에서 빠른 속도로 이착륙하다 보니 기체의 골조가 많이 상했습니다. 우리 군이 중고 기체를 들여와도 손볼 데가 많다는 뜻입니다. 골조부터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하고 잠수함 탐지 장비와 무장도 새로 사야 합니다.

해군이 2013년 바이킹 구매 계획을 세웠을 때 미측이 제시한 대당 가격은 200억~300억 원대입니다. 기체 가격은 100억 원이 채 안되지만 노후 기체를 정비하고 잠수함 탐지장비와 무장 구매, 재조립을 하는데 모두 200억 원 가까운 비용이 예상됐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작년부터 장비와 무장, 정비, 조립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정비와 조립 사업에, 국내 무기 에이전트들이 무장과 장비 도입 사업에 뛰어든 이후부터입니다. 대당 최대 300억 원 정도로 예상됐던 가격이 순식간에 600억 원으로 폭등했습니다. 기체 외의 가격이 무려 500억 원이 된 것입니다. 20대를 사들일 계획이니 기체에만 1조 2,000억 원, 종합군수지원(ILS)을 포함하면 총 사업비는 1조 3,500억 원으로 계산됐습니다.

대당 600억 원이면 신형 대잠 초계기 가격입니다. 유럽의 신형 대잠 초계기 C295MPA, CN235MP는 중대형 기종임에도 대당 500억~600억 원입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도 아니고, 험하게 탄 중고택시(중고 함재기)를 새 차 값으로 사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 600억 원짜리 바이킹은 안 된다

바이킹 도입사업에 참여한 방산기업들은 업계의 선두주자들입니다. 무기 에이전트도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업체입니다. 미 정부 측이 100억~200억 원이면 된다던 정비, 조립, 무장 및 장비 가격을 이들 업체가 '뻥 튀기'를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삼엄한 방산비리 정국에도 눈치가 없는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납득이 안 됩니다.

해군은 곤혹스러워졌습니다. 바이킹 사업이 무산되면 언제 다시 대잠 초계기 증강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바이킹이라도 사들여야 하는 것이 해군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군은 현재 업체들과 가격을 내리기 위한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대당 600억 원이란 가격이 타당한지 검증하고 있습니다. 600억 원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가격을 2013년 수준 이하로 못 내리면 바이킹은 절대 안 됩니다. 

▶ '값 껑충' 美 퇴물 대잠기 구입 고집하는 해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