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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생맥주 담긴 통 내부 잘라보니…

생맥주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메르스 때문에 시국이 하 수상하긴 하지만, 걱정거리 날려버리는 데에는 생맥주 한잔이 그만일 때도 있지요. 그런데 생맥주를 마시다가 오히려 걱정거리 늘었다며 하소연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생맥주 맛이 이상하다, 밍밍한 게 물 탄 것 아니냐 등등 다양합니다. 그 중에 특히 솔깃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생맥주가 담겨 있는 통(케그<Keg>)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케그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류 제조사들이 생맥주를 담아 내보낼 때 사용하는 조그만 저장 용기입니다. 1m 정도 높이에,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원통인데 여기에 생맥주가 20리터쯤 들어갑니다. 호프집에서 이걸 공급받아 생맥주를 뽑아낸 뒤 빈 통을 반납하고 다시 공급받는 방식으로 재활용 됩니다.

생맥주는 아시다시피 여러 유기물이 섞여 있는 음식물입니다. 고여 있으면 상하게 마련이고, 청소하지 않으면 부패할 수밖에 없겠죠. 케그 겉을 보면 먼지도 끼어 있고, 때도 묻어 있어서 그 속은 어떨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한 주류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니 케그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다는 군요. 사전에는 스테인리스강이 <크롬과 탄소 외에 용도에 따라 니켈, 텅스텐, 바나듐, 구리, 규소 따위의 원소를 함유한 내식성 강철. 녹이 슬지 않고 약품에도 부식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맥주통
그래서 시중에 유통 중인 케그 중에 정말 오래된 걸 찾아내서 횡으로 절단해봤습니다.  1997년 4월에 덴마트에서 제조돼 수입된 케그였습니다. 자그마치 18년 동안 숱하게 생맥주를 품어온 통이라 내부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케그였습니다. ‘지~잉’ 톱날이 케그를 한 15분쯤 오간 끝에 마침내 속이 열렸습니다.
맥주통
보시는 사진이 케그 내부의 모습인데, 18년 된 거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속이 멀쩡했습니다. 물론 하얀 목장갑으로 속을 한번 훔치니 약간의 얼룩이 묻어나오긴 했지만 절단할 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용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녹이 슬지 않고 약품에도 부식하지 않는다’더니 정말 1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적어도 눈으로 보기엔 내부가 양호했습니다.
맥주통
그래서 각 주류 제조사들에 물어봤습니다. 케그의 내부를 세척한 뒤 재활용하는지를 말이죠. 공통된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무리 녹이 슬지 않고 부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척하지 않으면 청결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호프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케그에 대해 특수 장비로 세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 주류 제조사의 경우 오래된 케그는 90년 대 초반 것도 있기 때문에 자신들도 제가 한 것처럼 한번 절단해서 속을 확인해보기도 했다는 군요.

제보자들과 기자가 함께 품었던 합리적인 의심은 아쉽게도(?) 기사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생맥주 즐겨 드시는 분들에겐 요즘처럼 걱정 많은 시국에 '내가 마시는 생맥주가 깨끗할까'라는 걱정거리 한 개는 덜어드렸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다소 근거 없고 좀 엉뚱한 생각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볼 만한 것들은 언제라도 문의(cjkh@sbs.co.kr)주시기 바랍니다. 생맥주 통이 대수겠습니까! 장갑차라도 절단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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