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훈련을 중단하라니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 대표는 어제(15일)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은 군 기강 해이 때문이다” “이런 군은 필요 없다”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여당 원내 대표의 말은 무거운 법이지만 군은 유 원내 대표의 말을 사실상 ‘일축’했습니다. 예비군 훈련은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1개 사로 당 조교를 1명씩 배치해서 통제를 강화합니다. 총기를 땅에 고정하는 안전 고리도 철저히 탈착을 감시할 계획입니다. 물론 사고가 발생한 52사단 예하 예비군 부대의 사격훈련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 잘 버티던 軍, 졸속 아이디어 양산
군의 선방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급했던지 어제 오후 ‘예비군 훈련 총기사고 재발방지 안전대책’을 내놨는데 설익은 아이디어가 대다수였습니다. 사로에 오르는 예비군과 조교, 통제관에게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고 통제관에게 실탄을 휴대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사격장엔 방탄유리 칸막이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육군 현역 병사들에게도 방탄복은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사격장 개조도 사전 예산 검토는 없었습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국방부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이디어 수준이었다면 공식 발표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른바 관심 예비군을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예비군 부대가 현역 복무기록을 넘겨받아 관심 예비군들을 실탄 사격 등 위험한 훈련에는 투입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당 예비군들은 전역 후에도 관심 병사 취급을 받게 되고 군 복무로 인한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전역 후 해소된 경우도 관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전역 후에 정신과적 문제가 생긴 비 관심 병사 출신과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됩니다.
작년엔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군과 국회,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제는 예비군을 지키기 위해 뭉치고 있습니다. 군인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군인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고 한 건 났다고 훈련 중단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강군을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보호받는데 익숙한 약골을 양성하는 것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안전한 병영과 훈련 환경 조성에만 몰두하다가 강한 군대를 놓칠까 걱정됩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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