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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병호의 인내심은 어디로?

볼넷 비율로 본 박병호의 성향 변화

[취재파일] 박병호의 인내심은 어디로?
2014년의 박병호는 야구 역사에 남을 위대한 시즌을 보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엄청난 타구 비거리를 선보이며 50홈런을 돌파했다. 엄청난 장타쇼의 원동력에는 '깐깐한 눈'도 있었다. 투수들은 국내 최고의 4번 타자에게 치기 좋은 공을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박병호는 나쁜 공에 속지 않았다. 전체 투구의 13.2%에만 스윙을 했다. 리그 전체에서 가장 방망이가 안 나오는 타자였다. 그렇게 해서 전체 투구 가운데 44.7%가 볼로 판정됐다. 볼 비율 전체 1위였고, 당연히 볼넷 개수도 1위였다. 박병호가 무리하게 욕심 내지 않고 만든 대량득점 기회는 5번 타순에 배치된 강정호가 해결했다.
 
● 지난해 가장 스윙을 아낀 타자들
[취재파일] 박병호

그렇게 깐깐했던 박병호가, 올해는 많이 변했다. 먼저 볼넷 비율이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16.8%에서 올해 9.1%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서? 아닐 가능성이 높다. 통계연구에 따르면 타자의 볼넷 비율이 '안정화'되는, 즉 '의미를 얻기 시작하는' 표본의 크기는 120타석이다. 60타석이면 안정화되는 삼진 비율 다음으로 작은 표본의 크기만으로 의미를 얻는 것이다. 박병호는 이미 올 시즌 143타석에 들어섰다. 볼넷 비율이 의미를 얻는 기준선을 넘어섰다. 그러니까 올해 대폭 감소한 볼넷 비율을, '적은 경기수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박병호는 작년과 올해 모두 120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볼넷 비율 감소폭이 가장 크다.
 
● 볼넷이 줄어든 타자들
[취재파일] 박병호

타석당 투구수와 스윙 비율을 보면, 박병호의 변화가 더 실감난다. 지난해 박병호는 타석당 투구수 4.27개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공을 봤다. 올해는 정확히 타석당 4개다. 리그 45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전체 투구의 15.9%에 스윙을 했다. 지난해 가장 스윙을 아꼈던 타자가, 올해는 리그 평균 정도의 빈도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투수들이 박병호에게 정면승부를 늘려 더 치기 좋은 공을 주기 때문일까? 그럴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약간 늦는다고 해서, 조금 더 가운데 쪽으로 던질 투수는 없다. 올 시즌에 강정호를 대신해 5번에 자주 배치되는 유한준은 대단히 훌륭한 타자지만, 강정호는 아니다. 강정호 대신 유한준이 배치됐다고 해서, 앞 타석의 박병호를 덜 피해갈 이유는 없지 않을까?

혹시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 때문에 리그 전체의 볼넷이 줄었을까?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 리그 전체 볼넷 비율은 9.5%. 올해는 9.9%로 오히려 높아졌다.

합리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건, 박병호 본인의 성향 변화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난해보다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그리 생산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OPS 1.119로 전체 2위였지만, 올해는 1.023으로 7위다. 홈런수가 지금보다 늘어나겠지만, OPS도 상승할 지는 의문이다. 높은 인플레이 타율(BABIP : 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 때문이다.

인플레이 타율은 말 그대로, 홈런-볼넷-삼진 등 수비수가 처리할 수 없는 타격 결과를 빼뺀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을 말한다. <취재파일>에서 여러 차례 쓴 대로, 타자의 인플레이 타율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라인드라이브 비율과 스피드, 그리고 운이다. 즉 예년보다 지나치게 인플레이 타율이 높아진 타자는, 앞으로 운이 반전되면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의 현재 인플레이 타율은 0.422. 리그 전체 1위이면서, 자신의 통산 BABIP 0.307보다 엄청나게 높다.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익힌 새 스윙 덕분에 라인 드라이브가 늘었다고 해도, 인플레이 타율이 이 정도로 오르는 건 행운도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즉 박병호의 인플레이 타율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타율-출루율-장타율-OPS 등 다른 지표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결론 : 박병호가 지난해의 공격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깐깐하게 칠만한 공을 골라 담장을 넘긴 작년의 접근법을 회복해야할 것 같다. 국내 최고 타자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큰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급할수록 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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