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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한민국에서 '민간 발레단'을 운영한다는 건?

20년 맞은 '서울 발레시어터'

[취재파일] 대한민국에서 '민간 발레단'을 운영한다는 건?
▲ 사진 출처='나는 서울발레시어터입니다' 영상 캡쳐

먼저 동영상을 하나 보실까요

▶ '나는 서울발레시어터입니다' 영상 보러 가기
 
 ‘서울발레시어터’란 이름이 익숙한 분도 계실테고, “거긴 뭐하는 데야?”싶은 분도 계실 겁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올해로 창단 20년을 맞는 민간 발레단입니다. ‘민간 발레단’은 또 뭔가 싶으실 텐데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 발레단’, 혹은 시의 지원을 받는 ‘시립 발레단’과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민간 발레단으로는 유니버설 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 등이 있습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안무가 ‘제임스 전’과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활동했던 스타 발레리나 ‘김인희’씨가 1995년 설립했습니다. 순수 예술로 돈 벌기 힘든 한국에서, 단원들에게 고정 급여를 주는 발레단을 20년동안 꾸려온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요.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 제임스 전 안무가와 김인희 단장이 오늘(8일)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서울 발레시어터 캡
“우리도 ‘우리의 발레’를 만들 수 없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1995년 2월, 후배 무용수들과 함께 8명이서 무용단을 창단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던지, 아무 것도 모르고 발레단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창단 이후, 발란신의 제자인 로이 토비아스가 초대 예술감독을 맡았고, 토비아스의 제자인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의 다양한 창작 작품을 공연하며, 창작발레의 대중화, 창작발레의 역수출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8명이서 시작한 발레단은 이제 단원이 30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20년동안 총 백여편의 창작 발레를 만들었고, 이 중 ‘생명의 선’이라는 작품은 지난 2001년 미국 네바다 발레시어터에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창작’만큼 눈에 띄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또다른 활동이 있습니다. 보도를 통해서, 혹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신 분들도 계실테지만, 서울발레시어터는 5년 전부터 노숙자들과 함께 하는 발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홈리스 잡지인 ‘빅 이슈’를 판매하는 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발레 연습을 하고, 연말에 공연 무대에도 오르고 있지요. 또 장애,비장애인 통합 교육 프로그램인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이라는 프로그램도 눈에 띕니다. 국립 발레단도 하지 못한 일들이고, 큰 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역시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재정 자립도 70%를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모든 단원과 직원들이 두 세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어려우니까요. 본인이 일한 만큼의 보수는 받지 못하지만, 저희와 같은 가치를 갖고, 함께 이 단체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이 있어서, 지금껏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제일 어려웠을 때는, 2002년이었어요. 당시 예술의전당이 상주단체로 와달라고 제안을 했지요. 유명한 안무가인 조지 발란신도 세 번이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발레단 운영을 멈췄었는데, 뉴욕 시티센터에 들어가면서 운영이 안정을 찾았거든요. 저희도 예술의전당에 들어가 안정되길 바랐죠. 그래서 모든 입주 절차를 거쳐 예술의 전당에 짐을 다 옮겨놨어요.

 그런데 마침 그 때 국립극장이 서양 예술을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으로 오게 됐지요. 한 극장에 발레단 두 개가 있을 순 없으니, 저희의 입주는 무산됐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싶었던 기획공연과 프로그램들을 할 수 없게 돼 타격이 컸고, 결국 당시 벌어뒀던 돈도 다 잃고 집도 잃고 고생이 많았어요. 6개월동안 단원들 월급도 못줬지요.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후 과천 시민회관에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길을 20년째 개척해오고 있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목표는 새롭게 생겨나는 민간발레단의 롤 모델이 되는 겁니다.

민간 단체가 많아져야 해요. 지난 50년동안 우리 무용계가 훌륭한 무용수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안무가와 지도자도 많이 발굴돼야 합니다. 현재 해외 주요 무용단에는 한국무용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제 안무가도 나와야 할 시점인데, 우리나라는 단체가 몇 곳 없죠. 단체가 없으니 안무를 해도 공연을 올려줄 곳이 없고, 안무를 하려면 자기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안무가가 되라고 하는 게 무모합니다. 유럽의 경우엔 단체가 많으니 안무가가 안무만 해도 먹고 살 수 있거든요.

 저희는 단원들에게 안무 기회를 주는 건 물론이고, 외부 안무가도 적극 영입하려고 하고 있어요. 단원도 연습실도 없는 안무가들과 손을 잡고, 저희가 기회를 주면, 안무가에게도 좋고 저희도 레퍼토리가 늘어나도록 많이 열어놓자는 계획입니다.
 
[취재파일] 조지현
▲ 사진 출처=2014 무용창작산실 서울발레시어터 'RAGE' 캡쳐
 
 창단 20년인 올해, 서울발레시어터는 올해 과천과 안동, 대구, 대전,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특히 6월 5일부터 이틀동안 LG아트센터에서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제임스 전 안무의 ‘RAGE’ (▶ 영상 보러 가기) 를 무대에 올립니다. 10월에는 지난 20년간의 주요 작품을 모은 갈라와 서울발레시어터의 대표작 ‘BEING’으로 ‘20주년 기념 축제’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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