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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G는 루카스와 한나한을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취재파일] LG는 루카스와 한나한을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LG팬들은 지난 일요일 삼성전에서 정성훈의 끝내기 안타로 환호했지만, 이미 그 전에 속이 시커멓게 탔을 것이다. 선발투수 루카스 하렐의 볼넷 퍼레이드 때문이다. 4회 2아웃까지 무려 7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볼넷을 7개나 내주고 4이닝도 버티지 못한 외국인투수는 지난해 5월 25일 SK전의 에버렛 티포드(LG) 이후 루카스가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루카스의 제구 불안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2012년 메이저리그 휴스턴에서 11승을 올리며 최전성기를 보냈던 루카스는 이후 제구력이 급격히 나빠지며 볼넷을 남발했고 결국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지난해에는 트리플A에서 가장 제구력이 나쁜 투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볼넷 비율이 무려 15.7%. 생애 최악이면서, 트리플A 양대 리그를 통틀어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꼴찌였다. 식목일처럼 ‘7볼넷 경기’를 두 번 기록했고,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는 8개의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취재파일] 이성훈
제구가 나쁜 투수가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구위가 필수적이다. 구위가 반영되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은 삼진 비율이다. 그런데 루카스의 삼진 비율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 온 투수들이 직전 트리플A 시즌에서 기록한 삼진-볼넷 비율과 루카스의 기록을 비교해 보자. 
취재파일

볼넷 비율이 가장 높았던 루카스는 삼진 비율은 가장 낮았다. 즉 제구 불안을 상쇄할 만한 구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LG 입단 이후 제구력을 잡아 기량을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진 리즈의 경우, 한국행 직전인 2010년 트리플A에서 삼진 비율이 20.6%, 볼넷 비율은 7%였다)

LG 구단은 '교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실제로 LG 차명석 수석코치는 지난 2013년, 투수진의 볼넷 비율을 비약적으로 낮춰 팀 평균자책점 1위로 이끈 바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미 20대 중반을 넘긴 외국인 투수들에게, 갑작스런 제구력 향상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007년 이후, 직전 시즌에 트리플A에서 50이닝 이상을 기록한 뒤 한국에 온 투수는 39명. 이들의 볼넷 비율은 평균 27% 높아졌다. 볼넷 비율을 낮춘 투수는 9명에 불과하다. 가장 큰 폭으로 낮춘 투수가 7%에서 5.2%로 낮춘 지난해의 리오단이다. 하지만 리오단의 마이너리그 통산 평균 볼넷 비율이 4.7%에 불과했으니, 정말 한국에 와서 제구가 좋아진 건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투수는 7명. 이들 중 볼넷 비율이 가장 나빴던 투수는 9%의 유먼이다. 하렐이 볼넷 비율을 이 수준으로 낮추려면 42%의 감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외국인투수 가운데 이렇게 큰 폭으로 볼넷 비율을 낮춘 선수는 없었다. 즉 하렐이 KBO리그에서 쓸 만한 제구를 갖출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다.

아직 얼굴도 못 본 3루수 한나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통계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매우 상식적으로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 한나한은 예전에도 부상이 잦았던 선수였다. 최근 메이저리그 5시즌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라 보낸 시간이 169일이었다. 올해 35세인 한나한이, 부상에서 돌아와도 이후에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할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척도 중 하나는 재계약 여부다. 35세 이상의 외국인 타자가 재계약에 성공한 경우는 10년 전 제이 데이비스(한화)가 마지막이었다. 대부분 부상 위험과 기량 하락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좋은 외국인타자는 공격력을 보강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트레이드 시장이 꽉 막힌 KBO리그에서,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재 시즌 홈런 0개인 LG는, 그 길이 봉쇄돼 있는 거다.

적당한 외국인 선수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선수라도 한국에서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일단 확률은 높여놓아야 하지 않을까? 리스크가 너무 큰 선수를 두 명이나 보유해야 하는 걸까? LG는 이미 2년 연속 외국인선수들의 부진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피를 말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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