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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암·중풍·심장병에 좋다는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 과장돼 있어'

대담 : 홍혜걸 의학박사

▷ 한수진/사회자:

아스피린을 비타민제처럼 복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이라고 해서 심장병과 중풍을 예방하기 위한 건데요. 이게 꼭 좋지만은 않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홍혜걸의 메디컬 이슈>, 오늘은 이 문제 살펴보겠습니다. 홍혜걸 박사님, 안녕하세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먼저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 정확하게 어떤 건가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 이게 보통 우리가 먹는 아스피린은 진통 ? 소염 ? 해열 목적으로 먹습니다. 그러니까 감기 몸살이나 관절염 때 먹잖아요. 근데 그때 먹는 아스피린은 알약이 좀 큽니다. 500mg짜리고요. 하루에 세 번 정도 먹는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아스피린의 용량을 줄여봤더니, 그러니까 1/5 정도로, 100mg의 작은 알약으로 줄여서 하루에 한 차례 정도 복용했더니 이 전통적인 효과였던 진통 ? 소염 ? 해열 이외에 혈액을 좀 묽게 만들어서 피가 잘 엉기지 않게, 잘 돌아가는 그런 효과가 발견이 된 거죠. 이게 이제 혈액 속의 혈소판 작용을 차단해서 나타나는 효과인데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아스피린을요, 이렇게 뭐 감기몸살 이때 먹는 것보다 심장병이나 중풍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목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먹습니다. 그때 먹는 아스피린을 우리가 이제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러니까 심장병이나 중풍 같은 경우는 피가 엉기는 게 위험하기 때문에 그걸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 아스피린 요법을 쓰는 거군요.

▶ 홍혜걸/의학박사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팀이 최근 연구를 했더니, 이 아스피린을 저용량 요법으로 시행을 했더니 오히려 당뇨가 있는 분들은 중풍이 이걸 먹지 않은 사람보다도 1.7배 더 늘어났다는 얘기죠. 그래서 이 연구의 의미는 사람들이 지금 비타민제 먹듯이 막 먹는단 말이에요. 수백만 명이. 근데 그렇게 하는 건 좀 곤란하구나, 저용량 요법이 효과가 좀 과장돼 있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당뇨가 있는 분들이 이 요법을 쓸 경우에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중풍이나 심장병이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 그러니까 대개는 두 가지 경우로 아스피린을 많이 저용량 요법을 씁니다. 하나는 뭐냐하면 과거에 심장병이나 중풍을 앓았던 환자죠, 이런 분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 매일 드셨고요. 근데 그것보다 더 많은 경우가 증상이 없는 보통 사람들, 중년 이후에 증상이 없는 보통 건강한 사람인데 단지 위험 요인이 있다고 해서, 위험요인이라는 게 이제 고혈압 ? 당뇨 ? 고지혈증, 또 복부비만 이런 겁니다. 그래서 이런 거가 있으면 '아 이거 내가 불안하니까 중풍 ? 심장병 안 걸리려고 저용량 요법 하루에 한 알씩 매일 먹자.' 이런 분들이 많았단 말이죠.

근데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입니다. 사실은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이 유명해진 건 옛날에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심장병으로 투병할 때, 그때 아주 미국의 저명한 내과의사 마이클 드베이키 박사가 초대를 받고 진료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좋아졌는데 돌아갈 때 공항에서 기자들이 물어봤어요. '옐친 대통령에게 뭘 치료했습니까?' 그랬더니 이 분이 하는 말이 '나 딱 아스피린 한 알 처방했다.' 이래가지고 이 아스피린이 뭐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해졌고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이게 아마 일반 의약품,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으니까 수백만 명이 말씀하신 대로 비타민제처럼 복용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 저용량 요법이 이미 검증된 거 아니었나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 학술적으로는 이미 다 검증이 됐죠. 근데 이제 의학이라는 게 항상 이렇게 추후 연구를 통해서 계속 결과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아스피린을 먹지 말라'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는요.
 
단, 어떤 경우냐 하면, 당뇨가 있기 때문에 '내가 혹시 중풍 ? 심장병에 걸리지 않을까' 그런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먹고 있는 분이라면 중단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당뇨가 아닌 경우라면, 예컨대 심장병이나 중풍을 과거에 앓았던 사람이 재발 방지를 위해서 먹는다. 이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 어떤가요? 저용량이면 부작용은 적나요?

▶ 홍혜걸/의학박사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스피린은 용량이 적어도 엄연한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습니다. 제일 흔한 게 이제 출혈 경향이 증가하는 거죠. 피를 묽게 만드는 건 좋은데 너무 심해지면 피가 잘 멎지 않으니까 혈관이 잘 터질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위궤양이 생깁니다. 어떤 분들은 뭐 일주일만 먹어도 위궤양이 생기고, 그래서 이제 위벽이 얇아지고 천공이 생기고, 이것 때문에 이제 응급실로 실려 가는 경우도 있단 얘기죠.
 
또 천식의 경우에도 아스피린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천식 환자가 아스피린을 잘못 먹게 되면 발작이 아주 심해질 수 있단 말이죠. 그래서 이게 약이고,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뚜렷하게 이익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현재 많은 분들이 비타민제 먹듯이 매일 먹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러면요, 당뇨 있는 분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나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 아스피린 이외에도 혈관을 좀 좋게 해주는 다른 대안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떨어뜨리는 약이라든지, 아니면 저는 이 오메가3 같은 경우에는 약이 아닌 식품이잖아요? 이 오메가3가 중성지방을 떨어뜨려서 혈관을 좀 맑게 하고 중풍이나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이번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오히려 중풍이 증가했기 때문에 아스피린 보다는 좀 더 안전한 오메가 3 혹은 다른 대안으로 바꾸는 게 좋겠죠.

▷ 한수진/사회자:

아. 오메가3, 이것도 괜찮을 수 있다 말씀이시네요. 박사님, 한때 아스피린이 암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 홍혜걸/의학박사
 
그러게요. 아스피린 예찬론이 막 등장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이 암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이유든지 간에 아스피린을 자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확실히 좀 적게 걸리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심지어는 '이미 암에 걸린 사람도 전이 등을 낮추어서 도움을 준다.'라는 보고가 많이 있는데요. 근데 중요한 건 이런 아스피린이 암에 도움을 주는 효과는 뭐 1,2주 또는 한두 달 먹었다고 해서 나타나는 게 아니고, 적어도 매일 한 알씩 5년 이상 먹어야만 나타나는 효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매일 한 개씩요?

▶ 홍혜걸/의학박사
 
그렇죠. 매일 5년 이상 먹을 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건데, 아까 말씀드린 부작용이 심하다는 얘기예요. 궤양이라든지, 출혈 경향을 증가시킨다든지, 천식을 악화한다든지요. 그래서 이걸 단순히, 물론 암도 중요합니다만 5년 동안 매일 이렇게 먹는 게 정말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는 아직은 학계에서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암 때문에 아스피린을 먹어라'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암 예방한다고 위가 안 좋으신 분이 괜히 또 드셨다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어요.
 
▶ 홍혜걸/의학박사
 
네네. 그래서 중풍·심장병을 앓고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먹어야 하는 분이라면 기왕이면 기분 좋게 이 연구결과를 활용할 순 있겠네요. 아스피린이 암에 좋다고도 하니까 먹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영양제처럼 아스피린을 매일 드시면서 또 암을 예방하자. 이건 좀 지나친 감이 있다는 얘기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아스피린에 대해서 설명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혜걸/의학박사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홍혜걸의 메디컬 이슈, 홍혜걸 의학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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