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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지뢰 터지는 소리…산불 난 DMZ의 48시간

'쾅! 쾅!'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에선 집마다 유리창이 흔들렸습니다.

멀리에선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굉음의 근원은 지뢰였고, 연기의 출처는 산불이었습니다.

북측에서 시작된 불이 비무장지대(DMZ)를 남하해 도라산전망대 앞까지 내려오자 인근 민통선마을인 통일촌에서도 화재를 실감했습니다.

도라산전망대에서 통일촌은 직선거리가 2.6km에 불과합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산불이 난 첫날만 지뢰가 100발 이상 터지는 것 같았다"면서 "소리가 엄청 크고 집에 있는 창이 다 흔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DMZ와 민통선 일대에는 65년 전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리고 휴전 뒤 지뢰가 집중적으로 매설됐습니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지뢰 수만 무려 100만 발입니다.

남북한 경계지대인데다 지뢰 폭발의 위험 때문에 불이 나도 지상으로 들어가 진화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신속한 소방 헬기 투입이 절실한데, 이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 산불이 소방 당국에 최초로 신고된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이 지나서야 헬기가 투입됐습니다.

헬기는 남과 북을 가르는 임진강에서 물을 퍼다가 진화 작전을 펼쳤습니다.

DMZ 산불이 예삿일이라고 해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불이 커지면 군 시설과 민간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강풍 탓에 불길이 확산, 개성공단을 오가는 통로인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통행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산림·소방·군 당국에서 헬기가 각각 첫날 7대, 둘째날 11대, 셋째날 5대나 동원됐습니다.

불은 DMZ의 임야 100만㎡를 태우며 JSA대대 인근까지 번져가는 등 48시간을 넘게 커졌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만 이틀 만인 오늘(25일) 오전 불길이 거의 다 잡혔고 관계 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몇 시간 더 물을 뿌린 뒤 진화가 완료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DMZ 내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마을 주민들도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군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DMZ 내 동·식물은 어떨까? DMZ는 흔히 '생태의 보고'라고 불립니다.

고라니와 멧돼지, 두루미와 멧새 등 외에 희귀 동식물도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잦은 산불과 지뢰 폭발 때문에 DMZ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황폐화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번 산불 피해를 정확하게 조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얘기로는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은 "불이 일대를 깡그리 태운 것이 아니라 띠를 형성하며 번져갔기 때문에 동물들은 일찍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뢰가 있어도 멧돼지는 발굽이 작아 인간처럼 쉬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이장은 당장 농사일로 바쁜데 한가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걔네들은 잘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말을 마쳤습니다.

연간 10여 차례 발생하는 DMZ 화재는 뚜렷한 원인 조사도 어렵습니다.

자연 발화도 있으나 북측이 DMZ 안팎에서 잡목과 풀을 태워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이나 시계 확보를 위한 군사작전 중에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각에서 분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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