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깐깐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 김범주 기자
어제 아마 은행 다녀오신 분들 꽤 많으실거예요. 안심전환대출이라고, 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어제 나왔잖아요. 그걸로 갈아타려고 참 많이들 은행에 어제 가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이자 부담에 시달렸던 분들이 많으니까요. 이자가 꽤 싸죠?
▶ 김범주 기자
네, 고정금리로 2.6, 2.7% 정도 됩니다. 그 전에 왜 변동금리로 들어서 4% 이런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한테는 1% 이상 이자를 싸게 해준다니까 얼마나 반갑겠어요. 돈이 얼만데요. 그래서 어제 하루 동안만 무려 4조원이나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꿨는데, 한 사람 당 평균 잡아서 1억 2천 만원 정도 빚을 갈아탔더라고요. 그런데 성공하신 분들한테는 축하드릴만한 일인데, 반대로 이게 조건이 좀 까다로워서 갔다가 허탕 친 분들도 적잖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단 변동금리로 빚 낸 사람만 해당이 되는 거죠?
▶ 김범주 기자
네, 고정금리로 이미 빚을 졌던 분들은 해당이 안 됩니다. 그리고 또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만 되고요. 새마을금고나 신협에서 빌린건 안됩니다. 아파트하고 일반 주택만 되고 오피스텔, 이런 것도 안되고요. 왜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아파트 담보 잡힌 사람만 봐주는거냐,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많았고, 또 조건이 복잡하니까 창구에 가서 앉기 전에, 앉아서 상담 받아도 되는지, 조건이 맞는지 그거 먼저 검사해주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또 강남쪽, 이런 데 은행들은 또 썰렁했답니다.
▷ 한수진/사회자:
돈이 많아서 그런가요?
▶ 김범주 기자
요거 조건이 또 집값이 9억 원 이하인 경우만 해당이 되거든요. 강남 쪽은 9억 넘는 경우가 적잖고 해서 많이 안 찾은 것 같다는 게 은행 쪽 이야기입니다. 자, 여기까지 들으면 빚 있는 분들도 그럼 나도 한 번 가볼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게 아마 다음 달 안에 다 동이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동이 난다는 건 끝난다는 건가요?
▶ 김범주 기자
네, 원래는 이번 달엔 5조 원, 연말까지 20조 원 한도로 이걸 바꿔줄 계획이었는데요. 어제만 4조 원이 나갔단 말이죠. 한달 치가 거의 다 차버렸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 거죠. 오늘 내일도 제가 볼 땐 사람들이 줄어들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정부가 은행들한테 5조 원에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돈을 풀어라, 뭐 이렇게 지침을 내리긴 했어요.
그런데 주택 담보 대출이 지금 300조 원입니다. 20조라고 해봐야 6,7% 정도 밖에 안되거든요. 열 다섯 명에 한 명 정도 혜택을 보는것이기 때문에 사실 다 만족 시킬 수가 없는거였어요 처음부터.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돈을 늘리면 되지 않나요?
▶ 김범주 기자
거기에 사실 함정이 있습니다. 이게 은행들은 사실상 밑지고 돈을 빌려주는 거거든요. 기존에 이자 잘 받던 대출 깨주고, 예대마진이라고 하는데 대출해서 별로 남지 않는 수준에서 고정금리로 빌려주는거니까 하고 싶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정부가 가계대출이 늘어나서 여기저기서 불안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걸 주요 대책으로 발표를 하고 은행들을 압박한 겁니다. 돈을 만들어라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매달 5조원씩 돈을 끌어서 이 대출을 해주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어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니까, 정부가 다시 20조원을 한 번에 빌려줘라, 이렇게 말을 바꿨어요.
그러면 어디선가 15조원을 빨리 가지고 와야되는데, 은행이라고 돈이 막 쌓여있고 이런거 아니거든요. 어디서 융통을 해와야 하고 그러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 비용은 그러면 누가 내게 될까요?
▷ 한수진/사회자:
은행이 내나요?
▶ 김범주 기자
아뇨, 과정이 좀 복잡한데, 그냥 결론만 말씀드리면 주택금융공사, 공기업이 물게 돼 있습니다. 맨날 공기업 부실이 문제다, 정부가 다그치는데, 알고 보면 이렇게 정부가 뒤집어 씌우는 부담이 적잖아요. 그러면 이건 대출 안 받은 일반 국민들이 나중에 갚아주는 셈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2억 빚을 20년 계약으로 빌렸다고 해보죠. 이럴 경우에 원금은 나중에 갚고 이자만 갚는 분들이 꽤 됩니다. 한달에 그러면 60만원, 65만원 정도 이자를 내요.
그런데 이 대출로 바꿔타면, 이 대출은 이자에다가 원금도 쪼개서 함께 갚아야 됩니다. 그래서 한달에 108만원을 갚아야 돼요. 그러면 순간 한달 부담이 40, 50만원이 늘어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고 보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어요.
▶ 김범주 기자
네, 벌이가 시원찮은 사람들은 한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당장 은행에 더 갖다주기가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냐면 이 대출 자체가 중산층 이상에게 도움이 된다, 저소득층은 잘못 대출 갈아탔다간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알아보고 해야겠네요.
▶ 김범주 기자
네, 대출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요 이제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과연 이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진짜 해결책이 되느냐, 이런 부분인데요. 뉴스나 신문에 막 이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니까 뭔가 정부가 대책을 내놔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줍니다.
그런데요, 지금 가계부채가 1090조원이거든요. 그 중에 또 주택담보 대출은 300조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출은 말씀드린 대로 20조원입니다. 물론 적잖은 분들이 부담을 덜었습니다. 어제까지 한 3만명 정도 돼요. 전체로 치면 12만명까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체를 위한 가계대출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죠 아무래도. 물론 12만명도 적은 수가 아니죠. 이게 가계부채 대책의 전부도 물론 아니고요.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진짜 가계대출 정책을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대출 이름 자체가 안심전환대출이잖아요. 정부가 지은 건데, 안심하라는 거죠. 대출 받아서 집 사고 이러라는 뜻입니다. 지금 정부 차원에서는 가계대출을 줄이는거에 대해선 부정적이에요. 경기 살리려면 어디선가 돈이 나와서 돌아다녀야 되는데, 지금 뾰족한 수가 안 보이니까 대출을 사실상 장려하는 모양샙니다.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은 엇갈려요. 아직 위험하지 않다, 이런 사람도 있고, 걱정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 말도 일리는 있어요. 그런데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대책을 새로 내놔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가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소득층은 지금 벌어서 이자 갚기도 힘든 상황이죠?
▶ 김범주 기자
네, 그래서 지금 안심전환대출은 정책을 세운 사람 입장에선 흥행 성공일 수 있어요. 정부가 뭔가 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은 일부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부채에 대한 대책이냐, 이런 질문을 하면 글쎄, 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금리까지 낮춰서 대출을 더 받게 만들어 놓고 한국은행은 정부가 대책을 세울거다, 이렇게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처럼 소문난 잔치에 실제로 먹을 게 별로 없는 상황이라면, 대책이 효과가 떨어지는 거죠. 진짜 대책을 세우고 있길 바랍니다. 모두를 위해서요.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깐깐경제 김범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