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빌딩 숲속에 들어설 7평짜리 마이크로 아파트
같은 시점에 보도된 기사가 '마이 마이크로 뉴욕'이라고 불리는 맨해튼의 초미니 아파트 착공관련 소식이었다. 뉴욕에는 독신자 1인 가구가 계속 늘면서 치솟는 월세 문제가 심각한데 고육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초미니 아파트 건설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계획이 드디어 올봄에 시작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실수요형 성냥갑 아파트이다. 불과 7평에서 10평 크기의 모듈 형태의 주택 55개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건설되는데 초소형이지만 부엌과 욕실, 창문을 갖추고 있다.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구 형태나 설계에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총동원됐다. 좁은 공간이 낮에는 거실로, 오후엔 서재로, 밤에는 침실로 변할 수 있도록, 벽을 끌어내리면 침대가 되고 벽에서 테이블이 나오고, 옷장도 벽 속에 있다. 기발하면서 재치있는 공간 활용이 눈길을 끈다.
문제는 세입자들의 권리를 위해 아파트의 최소 면적을 12평 정도로 규정하고 있는 뉴욕의 법규정인데, 뉴욕시 정부는 이번 사업은 예외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치솟는 주거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 강남 불패 = 맨해튼 불패?
정작 뉴욕에선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경제의 온기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비싸진 집값만큼 뛰어오르는 월세에 대한 근심이 크다. 방이 없는 '스튜디오' 구조의 셋집에 월세 300만 원을 내야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불만은 크다. 급여 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다리 건너 뉴저지, 혹은 브루클린으로 나가고 있지만 맨해튼의 살인적 월세는 이미 이들 지역으로도 번진 상황이다. 이렇게 주거비용이 급등하면서 정작 맨해튼 안에 거처가 필요한 사람들은 외곽으로 나가서 살아야 하고, 맨해튼 안의 아파트나 주거용 건물은 '수퍼리치'로 불리는 몇몇 거부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시의 활력과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빌 드블라지오 시장이 이끄는 뉴욕 시정부의 고민이다.
맨해튼의 경우 2013년에만 16%, 최근 5년 동안 26%나 부동산값이 올랐는데 무엇보다 부동산 자금출처를 따지지 않도록 한 규정 덕분에 세계의 거부들이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책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워낙 부동산업자들의 입김이 강한 뉴욕인 만큼 쉽게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번 마이크로 아파트 사업은 시세와 월세 가격이 기존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뉴욕시는 사업이 순조로우면 뉴욕시 전역으로 착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호화주택과 고가 위주의 뉴욕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욕의 부동산은 이미 실수요 시장이 아닌 갑부들의 저금통으로 변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뉴욕 맨해튼의 화려한 빌딩숲이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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