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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년에 한 번씩 부러지는 남자…평창을 꿈꾸다!

[취재파일] 1년에 한 번씩 부러지는 남자…평창을 꿈꾸다!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간다는 것. 무언가에 인생을 걸었다는 것. 그런 표현들이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습니다. 올해 22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이광기 선수입니다.

●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하프파이프 결선 진출

이광기 선수는 지난 주말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 올라 8위를 차지했습니다.
 
  올림픽 규격의 하프파이프 하나 없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국제규격의 하프파이프는 대명 비발디 파크에 있습니다. 올림픽 규격이 난이도가 더 높습니다)

세계선수권 결선진출의 주인공 이광기 선수를 지난 22일 만났습니다.

● 노력. 노력. 또 노력

오는 일요일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열릴 FIS컵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한창 연습중인 이 선수는 카메라가 많이 낯선 듯 수줍어했습니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더니,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니 말을 잘 해도 너무 잘 합니다. 처음 참가한 소치 올림픽 때 20위로 예선탈락했지만 실력이 급성장한 이유로 '노력'이라는 단어를 꼽았습니다.
이광기 캡쳐_640
하프파이프의 채점 방식을 먼저 설명하고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자른듯한 하프 파이프를 지그재그로 내려가면서 5차례 점프를 뛰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채점방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도를 봅니다. 첫 번째 점프와 두 번째 점프, 그리고 세번째 점프와 네번째 점프, 마지막 다섯번째 점프의 조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간단하게 점프1, 점프2, 점프3, 점프4, 점프5라고 하겠습니다.

A라는 선수가 점프1을 고난도 더블콕 1080도로 2.5미터 높이로 뛰고, 점프2도 고난도 점프로 2미터를 뛰었습니다. 점프 3,4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B라는 선수는 점프1을 중간 난이도 프론트사이드 960도에 3미터 높이로 뛰고, 점프2를 역시 중간 난이도로 3미터를 뛰었습니다. 역시 점프 3,4는 비슷했습니다.

누가 많은 점수를 받을까요? 최고난도 점프를 연속해서 뛰었지만 높이가 제각각이었던 A일까요? 아니면 난이도는 낮았지만 높이가 비슷하고 월등히 높았던 B일까요? 많은 점수를 받는 쪽은 B입니다. 

하프파이프에서는 기술의 난도만큼이나 높이를 중요시하고, 점프1과 점프2, 점프3과 점프4는 하나의 연기로 보기 때문에 높이의 일정함도 참 중요합니다. 

고난도의 기술을 최대한 높이 뛰는 것. 그리고 왼쪽에서 뛸 때나 오른쪽에서 뛸 때나 비슷하도록 만드는 것이
하프파이프 선수의 숙명인 겁니다.

그런데 이 점프의 높이를 높이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점프를 시작하는 순간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고, 회전이 끝난 후 착지할 때는 마찰을 최대한 줄여 속도를 유지해야 다음 점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스노보더 대니 데이비스의 영상입니다. 점프를 하고 난 뒤 착지하는 순간을 유심히 보시죠. 정말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 여섯번의 아픔…그리고 성장

노력. 오로지 노력. 또 노력.

이광기 선수는 하루 100번 이상 뛰고 또 뛰었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200번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보통 스노보더들이 하루 50-60번 정도 연습하는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6번의 골절상을 당했습니다. 착지 과정에서 엉덩이 아래로 손이 들어가 부러지고,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스노보드를 놓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왼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5개월간 재활했습니다. 후유증으로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9월부터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 팔로 지난 주말 세계선수권에서 8위에 올랐죠. 
대단한 악바리입니다.

여름에는 실내 하프파이프 연습장에서 뛰고 또 뛰었습니다.
 
  진짜 스노보드에 미친 겁니다.
 

● 아버지를 위해…

스노보드가 정말 좋아서... 인생을 걸 만큼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찌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를 버티게 하는 건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 출신인 아버지입니다.

이광기 선수에게는 협회지원금과 스폰서에서 나오는 비용 2-3천만원을 제외하고도 추가로 연간 2천만원 정도의 전지훈련비가 필요합니다. 한달 200만원의 큰 돈. 

이광기의 아버지는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십 년이 넘도록 묵묵히 뒷바라지해왔습니다. 아들을 따라다니며 빨래도 하고 차량도 운전하고, 옆에서 항상 응원했습니다.

직업도 여러 번 바꿨고, 오로지 아들의 입장에서 아들이 일정에 맞춰 살았습니다.
겨울에 대회에 많이 참가하는 아들을  위해 지금은 겨울에 일이 적은 관광버스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위해 고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시간이 자랑스럽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들은 노력하고, 그런 아들을 보며 또 아버지는 힘을 내고... 부자(父子)의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평창을 향해…날아라 스노보드!

평창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3년, 이 선수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변형된 더블콕 1440도를 내년 시즌부터 익힐 생각입니다. 이 기술을 익히고 실전에서 쓸 수 있다면 평창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게 뭐냐고요?

현재 최고의 기술인 더블콕 1440도는 뒤로 두 바퀴를 돌고 옆으로 두 바퀴를 비트는 건데,
이광기는 뒤로 세 바퀴를 돌고 옆으로 한 바퀴를 비틀겠다는 겁니다. 뒤로 많이 도는게 더 어렵습니다.

다음 영상에서 마지막 점프가 더블콕 1440도입니다.  실패하는군요.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래도 노력, 노력, 노력하는 이광기라면 분명히 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에도 정말 멋있게 스노보드를 타는 선수가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처럼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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