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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물가상승률 1% 시대, 장바구니 채우기 힘든 사연

물가안정 득 되려면 경기 동반돼야

[취재파일] 물가상승률 1% 시대, 장바구니 채우기 힘든 사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취재를 갔습니다.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로 재작년과 같은데, 금융위기를 겪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 물가 안정? 인정 못하는 소비자
소비자들이 ‘물가부담을 많이 덜었겠거니’ 하는 게 취재 전 생각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휘발유값에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은 희색인데, 마트에서도 이런 풍경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5명을 물어보니, 4명은 ‘물가가 높아 서민들이 살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1명은 중립적인 반응이었습니다.

● 경제불안이 물가 불만 초래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지를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했습니다.
물가 부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경기상황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에 괴리가 있는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그 격차의 한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입니다. 분석결과를 살펴볼까요?
그래픽_물가상승률
먼저 적자가구의 체감물가가 흑자가구 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자영업자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체감물가 상승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특징을 토대로 요약하면, 현재 삶이 팍팍한 사람들일수록 조그마한 물가변동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추론하면, 쓸 돈이 부족한 경우 조그마한 물가 상승에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 기름값 하락 보다 돼지고기 값 상승이 더 커 보인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렀다지만,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품목들 가운데는 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돼지고기 값이 15.9%나 올랐고, 수입 쇠고기 10.7%, 국산 쇠고기가 6.2%, 달걀은 8.2%, 우유도 7.3% 올랐습니다. 하수도 요금이나 도시가스 요금 같은 일부 공과금도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가뜩이나 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일부 핵심 품목의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접근방식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박사는 “물가하락은 쉽게 잊거나 커보이지 않고, 물가가 오른 것은 잘 기억되고 커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물가 안정돼도 내수 살지 않을 수 있어
통상 물가가 안정적이면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흔히 말하는 논리는 미래 물가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굳이 지금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가안정이 당장의 소비를 가로막으면서, 내수 침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물가안정의 부정적 측면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소비자들의 살림이 빠듯하거나, 실업이나 노후에 대한 불안과 겹치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가안정은 개발시대 우리 경제의 숙제였습니다. 워낙 오랜 시간 괴롭혀온 문제라서, 지금도 ‘낮은물가상승률을 왜 문제시해야 하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물가 하나에도 경제의 복잡한 작동 논리가 숨어있고, 시대환경에 따라 경제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이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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