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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내 첫 '어린이 판소리 음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냥짜리 이야기

[취재파일] 국내 첫 '어린이 판소리 음반'
● 반짝 반짝 작은 별’보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요즘 어린이들 치고 영어 동요 한 번쯤 안 들어본 어린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서점에는 버튼을 누르면 영어 동요가 나오는 책이 즐비하고, 영어 동요집, 파닉스 동요집 등이 한글 동요책과 함께 전시돼 있죠. 여기에 요즘에는 중국어 동요까지 나왔더군요. 영어와 더불어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유아 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들이 늘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어린이 중에 ‘판소리’를 들어본 어린이는 얼마나 될까요? 들어본 어른도 많지 않은데, 어린이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리고 요즘 판소리 다섯 바탕은 아이들이 듣기에는 길이도 길고, 내용도 어렵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 국악 음반은 대부분 국악 동요나 민요입니다.
 
● 첫 '어린이 판소리 음반'

그런데 희소식!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창작 판소리’ 앨범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 참여한 음악인들은 쟁쟁합니다. 국악그룹 ‘the林(그림)’, ‘판소리 만들기 자’, ‘타루’, ‘판소리 공장 바닥소리’, 그리고 소리꾼 김봉영 씨입니다.

음반에는 짧은 타이틀곡과 다섯 편의 판소리가 실려 있습니다. 교사 출신의 동화작가 서정오 씨가 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 속 다섯 편의 전래동화에 곡을 붙인 겁니다. 먼저, 8시 뉴스에 나갔던 내용을 통해, 짧게 한 번 들어보실까요. ( 영상 보러 가기)

앨범에는, 앨범 제목과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 ‘ 달을 산 사또’, ‘방귀쟁이 며느리’, ‘옹기장수 송사 풀기’, ‘도깨비 덕에 부자 된 영감’ 이 담겨 있습니다. 제 여섯 살 아이에게 들려줬더니,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와 ‘방귀쟁이 며느리’에 열광하더군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는 소리꾼 김봉영 씨가 작창을 했습니다. 돈 많은 부자가 너무 지루해서, 만 냥짜리 금덩이를 내걸고, “내가 지겨울 때까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데, 세상 모든 이야기꾼이 나가 떨어지지만, 단 한 사람이 성공해 결국 금덩이를 차지합니다. 쥐 수만 마리가 서로 서로 꼬리를 물고 강을 건너는 이야기가,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식인데요, 이 대목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신선하고 중독적입니다.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인 제가 들어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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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은 첫 ‘어린이 판소리 음반’이라는 특징 외에,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색깔이 담긴 음반이라는 것도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김봉영씨의 소리와, 타루의 소리와, 판소리 만들기 자, 바닥소리의 작품은 분위기와 소리가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걸까요?
 
● 소리꾼 김봉영 - "후크송처럼"

“그동안 국악방송의 프로젝트에 여러 번 참가했는데, 이번에 판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판소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저에게도 크게 공부가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동참했습니다. 작창을 할 때는 특히 어린이들이 잘 따라불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쉽고 아이들이 따라 부르고 싶은 욕구가 들게끔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판소리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살려서 후크송처럼 부르기 쉽게 만들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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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소리 만들기 자 - "아이들이 집중하기 좋게"

“아이들은 무조건 방귀죠. 그래서 저희는 방귀쟁이 며느리를 선택했어요. 손등에 입술로 바람을 불어 방귀 소리도 집어넣고, 토이 악기를 넣어서 난장판을 만들어 줄거야 하고 생각했어요. 이 음반으로 판소리를 처음 만나는 어린이도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듣다가 ‘이게 뭐야’ 하고 끄지 않고, ‘와 재미있다, 신난다’ 하고 들을 수 있게, 아이들이 집중하기 좋게 만들었어요.”
 
● 총괄 음악감독, 'the林(그림)'의 신창렬 대표 - "'경험'이 중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국악쪽 콘텐츠도 귀로 눈으로 경험하게 되면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경험이 없을 뿐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많이 들려주고 기회를 심어줘야만 아이들이 우리 악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공연도 관심 갖고 찾아가서 보게 되고 국악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교육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번 음반은 음악들이 쉽게 가야 하나, 아니면 요즘 퓨전음악 성행하듯이 좀 많이 대중적인 스타일로 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게 판소리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악을 많이 덜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대신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서사성, 해학, 풍자의 느낌을 최대한 잘 살리고, 대사와 국악기 소리가 잘 들릴 수 있게 작업했어요. 특히 동화를 쓰신 서정오 작가님이 워낙 판소리에 맞춰서 글을 써주셔서, 책만 읽어도 판소리를 부를 수 있도록 책을 쓰셨어요.”
 
● 음반, 어디서 구할 수 있나?

이 음반은 판매용은 아닙니다. 음반을 제작한 국악방송이 각 학교를 중심으로 무료 나눠줄 예정입니다. (음반 신청은 국악방송으로 하면 됩니다.) 음반이 매우 마음에 들었던 저로서는, 구매할 수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기도 했는데요, 준비과정을 거쳐 곧 음원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는군요. 무엇이든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처음 본 연극이 뮤지컬이 좋아서, 계속 공연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처럼, 처음 들은 판소리가,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 한 번 들으면 '흥얼흥얼'…중독성 강한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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