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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새우젓으로 끼니 해결…김순이 할머니의 힘겨운 겨울나기 ②

[눈사람] 새우젓으로 끼니 해결…김순이 할머니의 힘겨운 겨울나기 ②
# '크리스마스 이브 전 날' 저녁 (2014년 12월 23일)

해가 떨어지자 집안엔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할머니가 자꾸 "저녁을 대접할 게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면서 주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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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희는 식사 안 해도 되니까 걱정마세요. 그런데 할머니 식사는 어떻게 드세요?"

"내가 돈을 못 벌고 기초수급도 떨어지고 그래서 그냥 냄비에 죽 끓여 먹고..또 먹다가 남으면 저녁에 요기하고 그래요. 혼자니까..."


정말로 작고 허름한 주방엔 점심 때 먹고 남은 다 식은 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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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은요?"

"새우젓하고 해서 먹죠. 이렇게 새우젓하고." 


정말 새우젓이었습니다. 다 식은 죽을 다시 끓여서 방 안으로 들고간 할머니는 방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투명 유리병에 담긴 새우병 뚜껑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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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몇 숟갈을 드신 뒤 숟가락으로 살짝 새우젓을 묻혀서 조금씩 드시고 계셨습니다. 추우면 더 떨린다는 할머니 손은 무섭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냉골 바닥에 홀로 앉아, 다시 끓여 물 같이 허연 죽을, 새우젓 반찬 하나로 드시는 모습에 제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을 평생 잊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죽을 다 드시지 않고 조금 남기신 할머니께 "할머니 시장하지 않으세요? 더 드시지 왜 남기세요?" 라고 묻자...드시던 죽을 냉장고에 다시 넣으시면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많이 먹었어. 내일 아침에 또 먹어야지.."


너무나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할머니의 무표정한 얼굴…. 더욱 저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할머니는 저녁 시간엔 거의 TV를 보신다고 했습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추워서 움직이지도 못 하고 그냥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겁니다.

앉은 상태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TV를 보다가 졸리면 그냥 잔다고 했습니다. 방은 추웠습니다. 찬 바람이 숭숭 들어오니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겨울엔 춥기도 하고 잠도 잘 안와서 하루에 2-3시간 잘 때도 있고 그냥 뜬 눈으로 지샐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 앉아있으면 저 문에서 바람이 들어와요. 저기서도 들어오고. 사방에서 겁나게 들어와  어쩌다 누가 오면 아이구, 하고 덜덜 떨거든..  난 뭐 맨날 살아서 괜찮은데 사람들이 어쩌다 오면 어떻게 이런 데서 사느냐고 난리야..."  

그런데 방 안을 자세히 보니 끈끈이에 벌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할머니 저건 뭐에요?"

"여름에는 우리집에 지네가 많아요, 다리도 물리고 얼굴도 물리고 손도 물려서 다리가 이렇게  부어.  그래서 약 타와서 뿌리고 끈끈이도 사고 그러는데..그게 한달에 이만원씩 들어가요. 지네 무서워서 장갑 끼고 양말 두꺼운 거 신고 한여름에 암만 더워도 그렇게 해야 돼. 발이고 손이고 물리면 부어서 막 이래져. 아프고, 따갑고..."


할머니는 계절 중에 가장 무서운 계절이 겨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 달 전에는 식사를 안 한 상태로 차가운 방에 혼자 있다가 갑자기 현기증이 나 큰 일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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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일 무섭죠. 밥 안 먹고 추우면 죽어요.  안 먹고 추우면 죽어. 늙은이는. 속도 비고 어지러워서 방이 핑핑 돌아서, 아이고, 어쩔 줄 몰라 옆 쪽에 있는 의자에 머리를 대고 한 시간 가량 있었더니 정신이 조금씩 깨서 아이고, 속도 비고 날도 춥고 옷도 뜨신 것도 없어서 이렇구나 하고..이런 거 다 껴입었어. 그러니까 좀 괜찮더만"

초저녁에 잠깐 잠을 청한 뒤 새벽녘에 깨면 다시 잠이 들기 어렵다고 말하는 할머니. 무주엔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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