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 전 날' 오후 (2014년 12월 23일)
올해 86살, 김.순.이 할머니.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오후 전북 무주에서 할머니를 처음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90도 가까이 굽은 허리에 손에는 하얀 면장갑을 끼신 채 집 앞 마당을 서성이고 계셨습니다.
70년 전에 지어졌다는 흙담집은 너무 낡았고 방문 앞은 페트병을 만들 때 쓰는 투명 플라스틱을 덧대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겨우 막고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그저 집 안과 밖을 오가며 생활하는 게 할머니의 하루 일과입니다. 4년 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뒤 부터는 작년 6월까지 8만원이 좀 안 되는 기초노령연금으로 생활해 오고 계셨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년 7월부터는 새로 시행된 기초연금 때문에 생활비는 20만원으로 조금 올랐습니다.
하지만 20만원 중에 약값(할머니는 혈압이 높으십니다)과 수도세 같은 공과금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휴 그 기름값을 어떻게 하려구...?"
기름 보일러가 있지만 비싼 기름값 때문에 아주 추울 때 조금 틀고 거의 틀지 않고 계셨습니다. 밤이 되면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들어 할머니께 여쭤봤습니다.
"할머니 밤 되면 많이 추우시죠?"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어휴 옷을 많이 입어도 추워요. 저 문에서 바람이 부채질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굴이 얼고 귀가 얼어서 진물이 나고..."
실제로 옷을 6-7겹 껴입고 계셨는데 입고 계신 옷도 두껍고 따뜻한 옷이 아니라 얇은 옷 뿐이었습니다.
"저기 부자 동네 가면 버려지는 이런 옷들이 많아…."
할머니는 저와 얘기하면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이셨습니다. 그리고는 허리를 좀 세우고 잠시 쉬기도 하시고 마당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손에는 장갑을 끼는데 집 밖에서는 주로 면장갑, 방 안에 들어오면 비닐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손이 갈라지고 건조해져, 피가 나고 통증이 너무 심해 이렇게 장갑을 끼면 좀 덜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혼자서 지내시기 때문에 매우 적적해 보였습니다.
우리 취재진이 찾아가자 말벗이 생겨서 그런지 너무 반가워 하시고 계속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땅이 얼어 미끄러우면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시 않으시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질문도 드리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덧 뉘엇뉘엇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무주의 밤은 생각보다 추웠습니다.
[눈사람] 방에서도 '덜덜'…빈곤층의 힘겨운 겨울나기
[카드 뉴스] 김순이 할머니의 '힘겨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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