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일본 왕실의 조상신을 모시는 미에현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태평양전쟁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후 70년 담화에 전쟁의 반성을 담겠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전체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신년 기자회견 : 아베 내각으로서는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이어가겠습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지난 1995년 패전 50주년을 맞아 당시 무라야마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담화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라는 두 단어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아베 총리는 전쟁에 대한 반성은 여러 차례 표명했지만, 그 전쟁이 침략전쟁이란 점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는데, 일본 우익은 태평양전쟁이 침략전쟁이 아니라 자위를 위한 전쟁이라는 그릇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카다/日 중의원, 민주당 (지난해 2월) :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점에 대해 지금까지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확실히 한 적이 없습니다.]
[아베 총리 :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습니다. 그런 인식은 아베 내각도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하면서도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나 미래지향적 담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의구심은 여전히 타당합니다.
장기집권의 길을 튼 아베 총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4년의 임기가 보장된 만큼 대외관계를 중시하며 좀 더 유연해 질 것이란 시선과 헌법개정에 박차를 가하며 더욱 우경화할 것이란 시선입니다.
결국, 아베 총리가 자신의 이름이 붙을 담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단어와 내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