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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철인 밴헤켄'의 호투가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이유

[취재파일] '철인 밴헤켄'의 호투가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이유
2010년에 J.C 브래드버리와 션 포먼이 함께 쓴 '투구수와 휴식일수가 투수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 있다.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경기별 성적이 투구수-휴식일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복잡한 논증 과정을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다. 결론 중 일부만 이야기하면 이렇다.

- 휴식일수가 투구 내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단 3일 이내의 짧은 휴식 뒤 마운드에 오른 경우가 많지 않아서, 즉 샘플의 크기가 작아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 투구수는 투구 내용에 분명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직전 한 경기'의 투구수보다는, '최근 일정 기간'의 투구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 특히 나이가 많은 투수들은, '직전 경기 투구수'보다 '최근 기간 투구수'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


이 결론을 받아들이면, 35세 노장 밴헤켄의 어제(8일) 한국시리즈 3차전 호투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셈이다. 

밴헤켄은 9월 10일 이후 어제 경기 전까지 58일 동안 딱 5번 마운드에 올랐다. 중간에 아시안게임과 포스트시즌 휴식기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던진 투구수는 497개에 불과하다. 시즌 중에 비슷한 기간에 기록하는 투구수의 절반도 안 된다. 가령 밴헤켄이 시즌 개막전부터 5월 22일까지 58일 사이에 기록한 투구수는 1014개다.

이런 측면에서, 어제 7회에 나온 나바로의 홈런은 넥센 쪽에 호재일 가능성이 높다. 나바로의 홈런 덕에 염경엽 감독은 고민 없이 밴헤켄을 7회에 교체했다. 투구수는 단 80개.

만약 승부가 7차전까지 이어진다면, 밴헤켄의 다음 등판은 오는 12일이다. 10월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보름 동안 투구수 267개를 쌓은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에 등판하게 된다.

리그 일정이 정상적인 3연전 시리즈로 이어지던 7월까지, 밴헤켄의 '보름 평균 투구수'는 427개다. 즉 평소보다 훨씬 적은 '최근 기간 투구수'를 기록한 채 7차전에 나서는 것이다.

즉 넥센은 투구수 조절을 통해, 밴헤켄이 7차전에도 정상적인 구위를 보일 가능성을 높이는 소득을 얻은 것이다.

(케네소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J.C 브래드버리는 SBS 스포츠 정우영 아나운서가 번역한 '괴짜 야구 경제학'의 저자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보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션 포먼은 세인트 조셉대 수학과 교수. 야구팬들 사이에는 야구 통계의 성지 'Baseball-Reference'의 설립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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