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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발레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

[취재파일] 발레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
● 국립발레단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지난 주부터 시작한 ‘이번 주 뭘 볼까’, 이번 주는 바로 볼 수는 없지만 서둘러 티켓을 사야 할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미 좋은 자리는 많이 팔려나갔지만, 그래도 서두르신다면 아슬아슬하게 볼 수는 있을 듯 합니다.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16~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인데요, 국립발레단의 여느 때 공연과는 스타일이 좀 다릅니다.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두 가지로, 1부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춤으로 시각화한, 곡명과 공연 제목이 같은 ‘교향곡 7번’. 2부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역시 같은 제목의 ‘봄의 제전’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고전발레처럼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음악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고,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는 겁니다.

‘교향곡 7번’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의 안무가 우베 숄츠가 안무한 작품입니다. 국내 공연을 한 적이 없었던만큼, 저 역시 유튜브 영상을 먼저 보며 궁금증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U_Fk_uAQqp4 을 비롯해 3조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 영상을 보고 처음 든 느낌은 ‘헉, 멋지다’, 그리고 뒤이어 ‘잘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난 테크닉을 요합니다. 심지어 여자 무용수가 혼자 걸어나오는 경우도 없이, 남자 무용수에게 들려서, 심지어 한 손 위에 위태롭게 올려진 상태로 등장합니다.) 

‘봄의 제전’ 역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이끌기도 했던 글렌 테틀리가 안무한 1974년 작품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자체가 사람을 흥분 상태로 몰아가는 느낌이 있고, 굉장히 격정적인만큼, 춤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따로 유튜브 영상도 찾을 수 없더군요. 궁금하던 차에 지난 6일, 촬영을 위해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찾았습니다.

● 땀 범벅 연습실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이전의 연습 모습이 '샤방샤방한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훈련'이나 '극기' 같은 단어를 연상시켰습니다.  먼저 ‘봄의 제전’ 연습이 있었는데요, 지난 6일은 부분부분 연습한 걸,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맞춰보는 첫날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동작들에 보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느낌을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손사레를 칠 만한 작품인데요. 반면, 무용수의 움직임과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열광할 게 분명합니다.

특히 무용수들의 체력 소모가 엄청나서, ‘저 동작들을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맞는 건가?’, ‘저러다 떨어지는 거 아닐까?’ 조마조마한 순간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순서가 끝나면 무용수들은 바닥에 쓰러져 숨을 몰아 쉬고 고통스러웠고, 땀이 연습실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무용수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으’, ‘아아’, ‘후우’ 하는 소리와 ‘포기하지마!! ’, ‘조금만 더, 좀 더 버텨!’ 라는 강수진 단장과 안무 트레이터의 주문이 뒤섞였습니다.

특히 대지의 아버지와 어머니, 제물 역을 맡는 무용수들은 체력+정신력을 최대치로 끌어다 쓰는 모습이었는데요, 대지의 어머니 역을 맡은 신혜진씨는 “진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서, 속으로 ‘해야돼 해야돼 해야돼’ 계속 다짐하면서 해요.” “계속 숨을 쉬어도, 숨이 모자라서 끝나고 나면 10분~15분 동안 머리가 어지러워요. 산소 공급이 잘 안돼서. 그래서 숨을 쉴 수 있는 부분에서 계속 크게 숨을 쉬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봄의 제전’과 비교하면 ‘교향곡 7번’은 고전발레만 보던 관객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봄의 제전'보다 더 일찍 안무 트레이너가 한국에 도착해 이미 여러차례 실전처럼 연습한 터라 모든 동작이 몸에 착착 붙은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유튜브 영상과 비교할 게 아니더군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발레는 이제 그만!” 하시는 분이라면, 이 작품은 절대 놓칠 수 없습니다. 같은 주제가 반복되고 변주가 이어지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발레 ‘교향곡 7번’의 동작도 주제와 변주를 반복하는데, 강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강수진 예술감독 취임 이후, 첫 ‘신작’입니다. 앞서 올해 ‘라 바야데르’와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지만, 모두 예전에도 했던 작품들이었죠.

“제게는 모든 공연이 다 중요해요. 이 작품이 제가 온 이후 신작이고 그런 거는 저랑 상관 없어요. 어떤 작품이든 중요한데, 이번 작품은 국립발레단이 전에 한 번도 안했던 작품이고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해요. ‘교향곡 7번’도 물론 체력소모가 크지만, ‘봄의 제전’은 전세계에서도 할 수 있는 발레단이 몇 군데 안 될 정도입니다. 유명한 발레단도 ‘봄의 제전’은 할 수 없는 곳이 많아요. 왜냐하면 힘이 드니까요.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그리고 아무한테나 공연할 기회를 주지도 않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단원들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수진 예술감독

하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고, 관객으로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작품. 어서 무대에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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