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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산천어일까? 연어일까?

시마연어 첫 촬영 성공

[취재파일] 산천어일까? 연어일까?
< 양양 남대천 시마연어 >

지난 8월 중순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서 아주 반가운 물고기 한 마리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 불빛에 놀랐는지 바위틈에 몸을 바짝 숨겨 경계하는 모습이다. 몸길이 40~50cm에 등에 무수히 작은 검은 점들이 있는데 얼핏 보기엔 내수면 양식장에서 기르는 무지개 송어와도 닮았다. 
연어
<강릉 연곡천 시마연어>
 

비슷한 시기 강원도 강릉의 연곡천에서도 이 물고기와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발견됐다. 체형이나 등의 점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명의 각도가 달라서인지 배와 입 주변으로 은색 빛깔이 더 선명해 보인다. 언뜻 봐서는 열목어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산천어와도 닮은 것 같다. 이 물고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연어
<열목어>
 
연어
<산천어>


● 반가운 손님, 시마연어

이 물고기의 이름은 '시마연어'이다. 이름도 생소할 만큼 우리나라 하천에서 이렇게 카메라에 촬영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산업화 이후 보기 힘들어진 탓 때문이다. '시마연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물고기는 가을마다 동해안 하천으로 찾아오는 연어와 같은 연어과 물고기이다. 그런데 시마연어는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동해안 바닷가 어민들은 주로 '송어'나 '바다 송어'라고 부르고, 산간마을 주민들은 '산천어'라고 부른다.


● 산천어이면서 동시에 시마연어

시마연어는 산천어와 같은 물고기이다. 다만 어디서 자랐느냐에 따라 생김새와 크기가 달라지는데 그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산천어는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만 분포하는 육식성 물고기로 대부분은 평생을 하천에서만 보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가 치어 상태였을 때 멀리 바다로 나간다. 대부분은 암컷이 나가는데 바다에서 2~3년 생활한 뒤 다시 알을 낳기 위해 모천을 찾아오면 바로 시마연어가 되는 것이다. 시마연어의 일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 연어와 비슷하다. 다만 연어가 가을철에 하천으로 돌아오는 반면 시마연어는 이보다 빠른 여름철에 하천 상류로 올라간다. 


● 독특한 생애

일반 연어는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까지 넓게 분포하지만 시마연어는 동해와 오호츠크해 등 동북아시아에만 서식하는 내수성 어종이다. 가을철 시마연어가 산천어와 짝을 이뤄 낳은 알은 겨울에 부화하는데 부화한 치어는 그 다음해 봄까지 1년 넘게 하천에서 자란다.

이 때 치어 가운데 일부의 몸 색깔이 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런 치어만 먼 바다로 나가 시마연어가 되고 나머지는 평생을 하천에서 보내는 산천어로 남게 된다.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늦겨울과 초봄 사이에 아주 적은 양의 시마연어가 잡히는데, 동해안 어민들은 이를 '송어'나 '참송어', '바다송어'로 부른다.


● 아쉬운 자원화 노력

시마연어는 고급 식용어종이다.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는 시마연어에 대해  "소나무 마디의 색과 비슷해서 '송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맛은 대단히 좋고 살이 많다"고 소개돼 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에도 "생긴 모양이 연어와 비슷한데 살이 많고 맛이 일품이다. 동해안의 하천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 가운데 가장 고급스런 생선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 만큼 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식용으로 이용해 왔던 물고기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하천의 오염, 지구 온난화 등의 이유로 이 시마연어가 급감했다. 지금은 해마다 올라오는 시마연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뒤늦게나마 지난 2006년부터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연어사업소가 산천어에서 얻은 치어 가운데 몸이 은빛으로 변한 치어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방류한 치어는 고작 9만여 마리로 연어 치어방류량이 연간 1천만 ~ 2천만 마리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연어는 회귀철인 10월 ~ 11월에 수산자원보호령에 의해 하천에서의 불법 포획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마연어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적은 예산에 부족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의 이유로 시마연어의 자원화는 아직 멀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자연 상태에서 하천으로 회귀하는 시마연어가 여러 곳에서 확인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은 오래전부터 막대한 양의 시마연어 치어를 방류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연안으로 회귀하는 시마연어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시마연어 자원화 노력은 단순히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인접국가와의 어족 자원 분쟁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자료제공: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연어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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