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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우스 메이트' 믿었다가 "가짜 계약 서류…보증금 7천만 원 날려"

집주인 동의 여부 꼭 확인하세요!

[취재파일] '하우스 메이트' 믿었다가 "가짜 계약 서류…보증금 7천만 원 날려"
보증금, 관리비 나눠내고, 한 집에서 친구처럼, 1년간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면 어떨까요? 직장인 이 모씨는 요즘 가짜 계약 서류를 들고 다니며 날려버린 보증금 7천만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집을 찾아야 했던 이 씨는 지난 해 부동산 직거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원하는 지역에 이른바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한 여성의 글을 보게 됩니다. 하우스메이트란 전월세를 나눠서 부담하고 함께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최근 이런 형태의 새로운 주거방식이 각광받고 있죠. 

같이 살 하우스메이트는 직장을 다니는 또래 여성 김 모씨였습니다. 이 씨, 그리고 카페를 통해 연락이 온 또 다른 한 명은 김 씨가 살고 있던 주상복합 건물 가정집에 입주해 이렇게 셋이 한 식구가 됩니다.

이 씨는 계약 과정에서는 나름대로 꼼꼼히 따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주인 전화번호도 알아뒀고, 계약 날짜도 잡았습니다. 계약 당일 집주인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았답니다. 집주인은 전화를 걸어와 김씨를 통해 계약서를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화 통화도 했고, 김 씨가 가져온 계약서에는 자신의 이름과 김 씨 이름이 모두 올라 있었습니다. 보증금을 보낸 뒤 이체 영수증도 받았습니다. 집주인 이름으로 만들어진 계좌였습니다. 보증금은 자신이 7천, 함께 살던 다른 여성이 6천 만원 가량을 부담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한 집을 사용하면서 밥도 가끔 같이 먹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지냈습니다. 여기까지는 '같이 또 따로'. 부담은 줄이되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사기였다는 게 최근에서야 밝혀졌습니다. 집주인은 사실 이들의 거주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집주인 전화번호라며 김씨가 알려준 번호는 가짜 번호였습니다. 대역이 있었던 겁니다.

하우스메이트
계약은 어떻게 된 걸까요? 김 씨는 피해자 이 씨에게는 전세 계약을 한다고 속인 뒤, 집주인과는 자신만 산다고 하고 월세 계약을 했던 겁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거주하기 전에 살고 있던 또 다른 한 명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3명의 피해자가 보증금 1억 8천여만 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가 됐습니다.

 보증금을 빼돌린 김 씨는 결국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서울 수서 경찰서는 최근 김 씨를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김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돈은 없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1억 8천만 원이라는 거액이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인지 피해자들은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김씨와 1년이나 얼굴을 마주하며 살았던 터라 인간적인 배신감도 큽니다.

돈을 돌려 받을 길도 현재로선 요원합니다. 세입자간 거래였고, 집주인의 동의도 없었던 터라 피해자들은 임대차 보호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우스메이트간의 보증금 사기, 또는 분쟁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8뉴스에 보도가 나간 뒤 자신의 경험과 너무도 흡사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메일도 잇따랐습니다. 서울 강남 경찰서도 최근 비슷한 수법으로 6명에게서 2억 5백만 원을 가로챈 41살 김 모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 씨에게 보증금을 떼인 한 피해자는 사건이 공론화돼서 피해를 구제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사례들처럼 보증금으로 수천만 원 단위의 돈이 오가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합니다. 대부분 세입자들이 동거인을 구하기 때문에 계약할때 주의하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잃고, 신뢰는 신뢰대로 깨질 수 있습니다.

전월세 부담 줄이려다가 수백, 수천을 잃는 황당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등기부등본에서 집주인 신원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계약의 기본은 등기부등본과 거래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거래했다면 당연히 확인하지만 최근 뜨고 있는 하우스메이트는 세입자간 주먹구구식으로 거래하고 있어 이 과정을 생략하곤 합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상 집주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어넣어 주민증을 위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한 부동산 카페의 운영진은 월세 보증금이 300백만원 이상이면, 거래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보증금 액수는 적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우스메이트 간의 계약이 주로 전세 계약이 아닌 월세 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이런 권고 사항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물론, 소액이라도 분쟁의 빌미가 있기 마련이지만, 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이 운영진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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