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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구계 '성추행 소송' 후폭풍

대한당구 연맹도 진상 조사 나서

[취재파일] 당구계 '성추행 소송' 후폭풍
2011년, 그러니까 3년 전 강습과정에서 지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선수가 있습니다. 현직 포켓볼 선수입니다. 포켓볼 종목은 대한 당구 연맹에 등록을 마치면 선수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종목은 아니다보니 선수들 숫자 자체가 적고, 선수와 코치, 감독끼리 알고 있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찌보면 좁다고 할 수 있는 여자 당구계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20대 초반의 김모 선수와, 김선수를 지지한다고 밝힌 선배,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김선수는 전 국가 대표감독을 지낸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신이 미성년자이던 2011년 1월에서 10월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었기에, 힘들지만 소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수는 당시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성적인 발언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함께 강습을 받았던 또 다른 선수 역시, A씨의 성적인 발언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기만 따지면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왜 뒤늦게서야 소송을 제기하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김 선수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당구를 아예 포기할 생각을 하고, 강습을 그만뒀어요. 너무 거대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다시 어렵게 당구를 시작했는데, 그땐 A씨를 피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A씨가 대한 당구연맹 임원으로 온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임원으로 있는 당구계에서 당구를 할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더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하게 됐어요. 방송 나갈때는 모자이크 꼭 해주셔야해요. 저희 엄마는 이런 일 있었다는 거 모르시거든요. 엄마 아시면 정말 놀라실거예요."

인터뷰 자리에 함께 나온 선배 선수들은 김선수를 다독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방송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한 유명 선수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동안은 당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봐 주저한 면이 있었죠. 후배에게 힘이 되줘야 겠다고 생각해 자리에 나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대회에서 입상해도 뉴스 인터뷰 한번 안나가더니, 이런 일에 인터뷰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라고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김선수는 현재 1심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김선수의 주장 가운데,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두가지는 신체적인 접촉에 관련된 부분이고, 한가지는 언어적인 부분입니다. (각각 어떤 신체적 접촉이었고, 어떤 언어적 추행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설명을 생략합니다.)

재판부는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는 증언만으로는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다만, 증언등을 토대로 A씨의 성적 발언으로 인해 김선수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A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판결문을 받아본 뒤 김 선수, A씨에게 연락했습니다. 양쪽이 각각 항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김선수는 신체적 성추행 부분이 인정되지 않아 판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A씨는 김선수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습니다. 항소를 하지 않으면 언어적 추행 부분을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항소해야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부풀려진데 대해서 억울해 하기라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당구장은 공개된 장소이고, 신체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 언어적인 추행 부분은 3년전 일이라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그런 말을 안 했다고 생각한다.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의도가 의심스럽고, 다른 배경이 있다고 본다. 다만, 서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습료도 받지 않고 친딸처럼 교육했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데 대해서 허탈하다. 강습을 그만둔 뒤에도 SNS에 글을 적기도 했었는데 돌연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1심에선 선수가 일부 승소 했지만, 결국 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선수, 코치 사이에서 파문이 확산되자, 뒤늦게 대한 당구연맹도 나섰습니다. 최근에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진상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도 결정한다고 합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믿고 따라가던' 사제 관계가 이렇게 틀어져버렸습니다. 서로 얼굴도 마주할 수 없고, 목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사이가 된 것입니다. 진실은 누구보다 김선수와 A씨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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