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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힐러리의 '힘든 나날'들…부자란 무엇인가?

힐러리의 '생계형 억대강연' 논란과 미국사회

[월드리포트] 힐러리의 '힘든 나날'들…부자란 무엇인가?
뉴욕 할렘의 흑인들에게 버락 오바마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꼽아보라면 빌 클린턴과 힐러리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 이들 부부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클린턴 부부는 과거 대통령과 상원의원 출마 당시 선거 사무실을 흑인 거주지역인 뉴욕 맨해튼 할렘지역에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정치적 판단이 담겨있었겠지만 클린턴 가문에 대한 흑인과 유색 인종사회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다른 세계, 다른 삶을 살아온 정치인이고 명문 가문이지만 민심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려는 그들의 의도적인 소통 노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힐러리와 남편 클린턴 부부는 부자이다. 미국 뉴욕시 북쪽 웨스트체스터에 있는 그들의 저택을 아는 사람이 뉴욕에는 많다. 누구나 그들을 부자로 알고 있다. 대통령 부부로 백악관에서 지냈고, 주지사를 지냈고, 명문대에 명문 가문 출신인 그들이 부자가 아니라고 말하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 "나는 빈털터리였다"는 힐러리

최근 힐러리는 그녀의 최신 저서 '힘든 선택들' 출간과 함께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른바 '부자 힐러리'논란은 정치인에게 말과 그 말이 풍기는 '뉘앙스'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논란은 6월 10일에 시작됐다. ABC 방송과 인터뷰를 가진 힐러리는 "남편의 대통령 퇴임 당시 우리 가족은 수백만 달러의 빚에 허덕였다. 그래서 한 번에 20만 달러(우리 돈 2억원)에서 50만 달러 이상 받는 강연을 계속해야했다. 당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바로 다음 날 아침 같은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힐러리는 전날 발언이 부정적인 여론을 낳고 있다는 앵커인 로빈 로버츠의 지적에 당황한 기색으로 진화에 나섰다. "남편과 나는 많은 미국인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모든 것은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 우리는 퇴임 당시 1천2백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채무의 상당부분은 남편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억대 강연은 생계형?...더 커진 논란

이틀 뒤 미국 유명인사들의 재산을 집계해 알려주는 '셀러브리티넷 워스' 닷컴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재산이 1억 달러가 넘는다고 전했다. 통화 가치의 차이는 있겠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가족 가운데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어진 언론의 집요한 추적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을 떠날 당시, 이들 부부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클런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나의 인생'을 준비하면서 인세 선불로 1천5백만 달러를 받아 빚을 단시간에 해결했다. 특히 그는 퇴임 이후 540번이 넘는 유료 강연으로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연봉은 18만6천달러였는데 과거 2003년 그녀의 첫 회고록인 '살아있는 역사'의 선불 인세는 9백만 달러였다. 이번 두번째 저서 '힘든 선택들'의 인세 선불액은 1천4백만 달러로 알려졌다. 사실 최근에도 클린턴 가족의 씀씀이는 구설수에 올랐었다. 딸 첼시를 포함한 '빌, 힐러리 앤드 첼시 재단'의 자산이 2억 5천 7백만 달러인데 이들의 여행경비가 5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타임스도 우려를 표시했다.

● "나는 진짜 부자들과 다르다" 또 논란

점잖고 말을 아끼는 힐러리의 진화 노력은 절박하지만 그때마다 악수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6월 22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선 막대한 부를 가진 상황에서 자신이 미국의 소득불평등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고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은 내가 그 문제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는 진짜 부자인 사람들과 달리 정상적인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열심히 노동한 대가로 그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소득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미국사회의 현실을 고려하지않은 답변이라는 비난이 더 거세지고 말았다. 클린던의 지지자들은 "힐러리는 역외 조세회피처를 통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공화당의 인사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던 것"이라고 편들었지만 논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 '부자 힐러리' 공세 주력하는 美공화당 

공화당과 티파티의 공세는 날카롭다. "힐러리가 대선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20만 달러짜리 고액강연과 쇼핑으로부터 긴 시간 '안식기'를 가진 뒤에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다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아메리칸 라이징'의 대변인 팀 밀러가 일침을 놓았다. 힐러리에겐 뼈아픈 말이었다. "문제는 아직도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그동안 미국인들에게 비춰진 이미지보다 훨씬 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수진영은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보좌진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익명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녀가 수십 차례의 무료 강연도 했었다는 내용이다. "힐러리가 공짜로 강연하고 또 자주 강연료를 기부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대선가도에서 쉽게 치유되지 않을 약점을 만들었다는 것이 미국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녀와 남편은 유명인사이고 부자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녀에 대한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는 그녀가 가난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힐러리의 정치적 가치관과 정책 비전, 진보적 정신에 대한 것이었다. 1년 전 필자가 뉴욕에 머무는 힐러리를 인터뷰하기 위해 보낸 이메일에 대한 보좌진의 답변은 "지금은 로우키(Low Key)로 풀어나가야할 시기입니다. 좋은 기회가 꼭 생기리라고 믿습니다"였다. 그토록 신중하고 착실하게 대권의 여정을 준비해온 힐러리에게 지금의 부자 논란을 부른 실언과 단순한 대응은 잘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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