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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닥치고 군대 육아' 의 저자 김선미 씨를 만나다.

[취재파일] '닥치고 군대 육아' 의 저자 김선미 씨를 만나다.
 지랄발랄 하은맘. 그녀를 만난 건, ‘닥치고 군대육아’가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던 지난 달이다. 한 달 전 인터뷰한 기사는 아직도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에 맞춰 취재파일을 쓰려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눈이 빠지고 목이 빠질 지경이라, 일단 취재파일부터 써보기로 한다.

● 지랄 발랄?
    그녀의 별명은 다소 과격하다. ‘지랄발랄 하은맘’. 본명인 ‘김선미’보다 블로그 별명인 ‘지랄발랄 하은맘’으로 더 유명하다. 이 별명을 그대로 기사에 쓸 것인가를 놓고, 문화팀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가 그녀의 소문을 들을 건 2년쯤 전이다. 육아와 직장의 ‘저글링’에 심신이 지쳐가고 있을 때, ‘지랄발랄 하은맘’이라는 사람의 강의가, 아기 엄마들의 눈물 콧물 쏙 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기 엄마들은 그녀의 강의를 ‘어록’으로 정리해, 마치 고 3학생들이 학원 선생님의 ‘필수 암기 목록’ 외우듯이, 돌려보며 마음에 새기곤 했다.

●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그녀가 두 번째 책을 냈다.(첫 번째 책은 ‘불량 육아’였다.) 제목은 ‘닥치고 군대 육아’. 책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군대 왔다 생각하고 3년만 빡세게 육아해라. 온몸으로 3년만 견디면 10년이 편해.” 육아를 ‘군대’에 비유한 만큼, 계급도 있다. 입대전(임산부 기간), 훈련병 (출산 후. 24시간 전시 상황), 이등병, 말년병장, 민방위 등. (5살 아이를 키우는 나는 ‘이등병’에 해당한다,) 이 책은 출간 전 예약 주문만으로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진입했다.

     이번 책 역시 엄마들의 마음을 뻥뻥 뚫어준다. ‘맞아 맞아 내 얘기야’ 소리가 절로 나오고, ‘나만 이런 게 아니었어. 나만 덜 떨어진 엄마가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쪼그라들었던 자존감이 살아나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엄마들과 몰려 다니며 아이 비교해 닥달하지 말고, 아이들 있는 그대로 믿고 사랑해라’는 내용과 ‘돈은 자식 어렸을 때 쓰는 게 아니라, 자식이 진짜 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에 쓰는 거’ 라는 등,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현실적이고도 핵심을 콕 찌르는 지적은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에 매몰돼 있던 엄마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 하은맘, 김선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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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하은맘을 만났다. (따옴표 안의 내용은 김선미씨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우연치 않게 몇 군데 출판사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원래 책을 낼 마음은 없었는데, 우연히 내게 됐습니다. 블로그 상에서 엄마들이 제 블로그 글을 수시로 읽고 싶어서 프린트를 하고, 노트에 적고, 이전 책을 너덜너덜하게 봤다는 얘기들이 굉장히 많고, 출판사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어요.”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블로그는 대체 언제부터 한 걸까?
“ 지금 13살 딸 아이가 아기때, 제가 미니홈피 했던 사진을, 한 4년 전쯤 우연히 블로그로 옮겨서 하게 되면서 한 마디씩, 한 마디씩 아기 키우는 어린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다 필요 없어, 내 말 들어’ 하는 식의 얘기들이 나오게 됐고, 그걸 계기로 책까지 내게 됐어요. ”

-그래서 그녀의 책에는 다른 육아서가 알려주지 않는 폭로와 생생한 조언이 가득하다.
“초창기 육아는 너무 힘들어서 잊을 수가 없어요. 우아한 육아는 다 거짓말이죠. 정말 당황스럽고, 힘들고, 음모가 확실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이 사실을 계속 새로운 아기 엄마들한테 알려줘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하고 싶은 열망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렇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될 때도 있는데, 주변을 보면 다들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엄마들은 육아가 너무 힘든데, 힘들다고 물어볼 데도 없고,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창피하고, 내가 왠지 모성이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정말 힘든 걸 얘기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답답함들을, 진짜 육아를 해본 민간인, 평범한 내가 한 번 말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엄마들한테 얘기했죠.”

-‘군대 육아’라는 표현은 어떻게 쓰게 됐을까.
“사실 군대보다 더 심한 비유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 현재 알려진 가장 힘든 시기가 군인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빗대서 ‘군대 육아’라고 하게 됐죠. 그리고, 시기에 맞춰서 처음엔 힘들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약간 편안해지면서 다른 생각도 드는 것이, 군대 계급과 (육아가) 닮아 있더라고요. “

-독자는 저자가 평범한 엄마라서 더 공감을 느끼는 듯하다.
“독자들은 제가 박사인지, 전문가인지보다, 그저 제가 하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에 빠져들더라고요. 두 번째 책에서는 (첫 번째 책보다) 더 자신있게, 사실만을 고백했죠. 확신을 엄마들한테 주고 싶었어요.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육아가 하찮고 의미 없는 일이 아닌, 정말 최고의 직업 훈련이고, 이게 우리의 스펙이 되서 나중에 인정받을 수 있는, 촉과 감이 뛰어나질 수 있는 현장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김선미씨가 엄마들에게 제안하는 육아는 한 가지다.
“일단 넘쳐나는 사교육에 자꾸 발 담그지 말고, 아이한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안아주고 사랑해주면서 저렴한 책 사서 열심히 읽어주고, 많이 놀아주고… 그런 평범한 육아, 옛날에 우리 할머니, 엄마들이 했던 그 육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들을 혼내지 않으니까요. 남과 비교해 아이를 혼내고 나서의 죄책감이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거든요. 그게 육아의 가장 큰 고통인데, 그걸 느끼지 않도록, 지금의 시류에서 약간 벗어났으면 해요. “

-김선미씨는 그래서 ‘군대육아’를 제대로 하고 나면, 그 엄마는 세상 어디에 나가 무어라도 할 수 있는 엄청난 스펙을 쌓는 셈이라고 말한다. 김선미씨를 만난 건, ‘SNS스타들의 글이 베스트셀러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트렌드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건 ‘기사를 위한 제목’이고, 난 이렇게 평범한(지금은 평범하지 않으니 ‘한 때는 평범했던’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엄마들의 성공담이 좋다. 이런 엄마들이 많아지고,그들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쓰고 싶다.
나와 그리고 어젯밤도 아이 때문에 제대로 잠 못 들고, 오늘도 퇴근 후 편히 몸 누일 수 없는 모든 엄마들에게 ‘닥치고 군대 육아’ 마지막 장 ‘하은맘의 편지’ 중 한 구절을 옮겨 적어본다.

“육아라는 게 그 과정 자체로 성장이고, 눈부신 깨달음의 과정이거든. 엄마와 아이가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그 시간 그리 길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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